■ 1인소득 경쟁국 추월史
6·25전쟁 직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 속했던 한국은 이후 경쟁 국가들을 차례로 제치며 경제발전의 신화를 써왔다.
한국은 1960년대만 해도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현재 아시아의 평범한 개발도상국들은 물론이고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들보다도 국민소득이 한참 뒤처져 있었다. 이랬던 한국이 이젠 경제발전의 영원한 ‘벤치마킹 대상’이자 극복 대상이었던 일본마저 넘보게 된 것이다.
세계은행(WB) 통계에 따르면 50년 전인 1962년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110달러(약 12만 원)로 올해(약 2만3000달러 추정)의 ‘200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심지어 지금은 최빈국에 속하는 아프리카의 가나(190달러)나 가봉(350달러)보다도 소득수준이 뒤떨어졌다. 하지만 그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작되고 기초적인 산업의 토대가 형성되면서 경제가 비약적인 발전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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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1970년대 후반엔 말레이시아마저 추월했다. 말레이시아는 1960년대 초 1인당 소득수준이 한국의 세 배나 됐고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의 선진국으로 각광받던 나라였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말레이시아를 어떻게 따라잡을 수 있을지 전전긍긍했지만 정작 1979년 그의 사후엔 마하티르 빈 모하맛 전 총리가 재임시절(1981∼2003년) ‘동방정책’을 내세우며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벤치마킹했다.
가장 최근 한국경제가 추월한 대표적인 경쟁국은 대만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은 2005년 1인당 GNI가 1만6291달러로 ‘아시아의 네 마리 용’ 중 하나인 대만(1만5676달러)을 처음 앞질렀다. 이에 대해 루치르 샤르마 모건스탠리 신흥시장 총괄사장은 최근 저서 ‘브레이크아웃 네이션스’에서 “대만은 일본 대기업의 주문을 받아 생산하는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체제인 반면 한국은 일본과 경쟁할 수 있는 글로벌 기업들을 배출했다는 데 차이가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일본을 ‘모방’만 해온 대만과 ‘추월’을 꿈꿔온 한국은 애초 목표 자체가 달랐다는 분석이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