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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통]바퀴 잡으려다 세간 날렸네

입력 | 2012-09-10 03:00:00

지하 음악실서 살충제 치~익… 라이터 켜자 ‘펑’ PC 등 태워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더니….’

9일 오전 2시경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의 한 지하 1층 음악연습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음향기기에서 심심치 않게 바퀴벌레들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혼자 있던 연습실 주인 이모 씨(31)는 참다못해 스프레이형 가정용 살충제를 들고 ‘바퀴벌레 소탕작전’에 나섰다.

‘치∼익, 치∼익, 치∼익.’ 앰프 밑부터 시작해 평소 바퀴벌레가 출몰하던 곳에 중점적으로 살충제를 뿌렸다. ‘바퀴벌레들이 죽었을까?’ 확인하고 싶었지만 어두워서 잘 보이지가 않았다. 이 씨는 아무 생각 없이 라이터를 켰다. 그 순간 불길이 확 치솟았다. 살충제의 인화성분 때문에 불이 난 것이다. 불길은 벽에 붙여 놓은 흡음재(소음흡수장치)에 옮아붙으며 점점 더 커져갔다.

소방대원들이 4분 만에 불을 껐지만 음향기기와 컴퓨터가 타버려 640만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최돈묵 가천대 소방방재공학과 교수는 “지하는 창문이 없어 살충제를 뿌리면 유증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해 쉽게 불이 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며 “지하에서 스프레이 제품을 사용할 때는 환기에 더욱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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