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의 임창정은 잊어도 좋다. 임창정이 데뷔 후 가장 악랄한 연기를 선보인다. 오세훈 동아닷컴 기자 ohhoony@donga.com
그동안 천연덕스러운 연기로 재미를 주던 임창정이 잔인한 눈빛과 살벌한 연기로 관객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영화 ‘공모자들’에서 임창정은 장기밀매 현장 총책인 ‘영규’ 역을 맡았다. ‘영규’는 장기밀매를 그만뒀으나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받고 다시 현장에 발을 들인다.
“저 스스로 ‘내게도 스릴러물이 찾아올까’라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김홍선 감독님이 기회를 준 거죠. 코믹물에서도 저의 진지함을 보셨다고 하더라고요.”
임창정은 연기 변신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크랭크인이 될 때까지도 캐스팅이 번복될까 두려웠다고 한다. 영화에 대한 애착은 부상투혼에서도 드러난다. 촬영 중 갈비뼈가 부러졌는데도 아픔을 참고 액션신을 소화했다.
“가족과 스태프가 걱정할까봐 다쳤다는 말을 안 했어요. 아픈 걸 참고 찍었죠. 촬영을 강행해야만 하는 상황이기도 했고요.”
영화 ‘공모자들’은 실제 한 신혼부부가 겪은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5개월 동안 얼음장 같은 날씨를 견디고 고된 촬영을 하다보니 스태프, 배우들과 정이 많이 들었다는 임창정은 특히 김 감독을 콕 집어 이야기했다.
“악마예요(웃음). 원하는 장면이 나올 때까지 밥을 안 주더라고요. 밤샘 촬영도 많았죠. 감독님이 ‘다음 작품도 같이 하자’고 했는데 ‘미쳤어요?’라는 말이 바로 나오더라고요. 하하. 물론 그만큼 친해졌으니까 악마라고 하는 거죠.”
이렇게 임창정이 열심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가족이다. 인터뷰 후에 걸려온 아내의 전화를 다정하게 때로는 장난스럽게 받는 그의 모습을 보기도 했다.
“결혼 전에도 열심히 살았지만 가정을 꾸리고 나니 그 맘이 더 커지는 것 같아요. 요즘은 일터에 나가는 게 행복하고 인터뷰를 한다는 게 정말 감사한 일이라는 걸 느끼고 있죠.”
마지막으로 그는 ‘공모자들’을 보러 올 관객들에게 신신당부했다.
“‘공모자들’ 보시고 ‘세상이 삭막해서 어떻게 살아?’라는 생각은 하지 마세요. 아직 우리가 사는 세상은 밝은 면이 더 많으니까요. 하하하.”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