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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공부]소형학원 늘고, 고가형 컨설팅도 붐… 대치동 학원가, 무슨 일?

입력 | 2012-09-04 03:00:00

교육불황에 대형학원들 타격




‘사교육 1번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는 최근 ‘학원 임대’ 현수막이 이곳저곳에 내걸리는 가운데 주로 상위권 학생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일부 학원과 컨설팅업체에는 수험생과 학부모의 발걸음이 여전하다. 동아일보DB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가 내리막길에 들어섰다는 말이 무성하다. 실제로 이 지역 부동산 시세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데다 학원들로 가득 찼던 상가 건물 외벽에는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흔히 눈에 띈다. 하지만 대형학원이 내놓은 임대공간은 다른 소규모 학원들로 발 빠르게 채워지는 한편 자녀의 명문대 입학을 위한 정보를 구하려는 학부모들의 발걸음도 여전하다. 말 많은 대치동 학원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 유명 입시학원들 “수능 강의 반 토막”

대치동의 한 유명 대입학원은 수학 단과의 경우 지난해까지 강의당 수강생 수가 200명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최근 수강생 수는 30∼50명 수준. 1년 사이에 4분의 1로 곤두박질쳤다. 이 학원 원장 A 씨는 “단과수업을 들으러 오는 재수생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대치동의 수능 강의 수강생이 급감한 이유에 대해 상당수 학원 관계자들은 현 정부가 추진한 ‘사교육 줄이기 정책’을 지목했다. 수능의 난도를 낮추고 EBS의 수능 연계율을 80% 가까이 높이면서 학생들이 굳이 유명학원을 찾지 않아도 된 환경적 변화가 직접적 원인이라는 것.

특히 수강생이 급감한 사회탐구의 경우 대치동을 포함한 강남 학원가에서 ‘날리던’ 유명 수능 강사가 최근 강남 학원가를 떠나기도 했다. 한 대입학원 원장 B 씨는 “최근 한 수능 일타(수강생 수 최상위권) 강사가 서울 노량진의 공무원시험 학원으로 자리를 옮긴 데 이어 다른 대형학원의 언어·외국어 강사 10여 명도 강남학원가를 떠났다”고 말했다.

학원들은 수강생 모집을 위해 애쓰고 있는 상황. 한 학원은 이전에는 없던 ‘하루 맛보기 수강’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하루 동안 무료로 강의를 들어보고 선택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것. 고2 아들을 둔 학부모 김모 씨(여·서울 강남구)는 “학원들이 3만∼4만 원대의 유료 입시설명회를 열면서 참석을 권유하는 전화를 종종 걸어온다”면서 “유료 설명회를 통해 얼마라도 챙기려는 고육지책 같다”고 전했다.

○ ‘EBS 적중’ 강의로 수강생 몰이 나서기도

대치동 입시학원가가 전반적인 침체를 겪는 사이 일부 학원은 EBS를 활용해 오히려 수강생들을 끌어 모은다. 한 언어영역 강사는 ‘수능 적중률 98%’를 구호로 내건 파이널강좌로 1500여 명의 수강생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몇몇 학원도 ‘EBS 적중’ 강의, ‘EBS 변형문제’ 강의 등을 개설해 학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EBS 변형문제 강의를 운영하는 한 입시학원 원장은 “과목별로 6종이 넘는 EBS 교재를 모두 공부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학생들이나 EBS만으로 수능을 준비하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는 수험생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 대치동, 상위권 중심 고가(高價)형 교육특구 되나

일부 대치동 교육관계자는 대치동 학원가를 찾는 수요층이 상위권 학생으로 좁혀지는 양상이 보인다고 분석한다. 사정이 좋은 대치동의 논술학원들은 사실상 상위권 수준의 수강생들로 채워진다는 것. 별다른 첨삭지도 없이 어려운 난도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풀어주는 한 수리논술강사의 수업은 수강생 500여 명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보습학원 원장 C 씨는 “최근 대치동에선 자녀의 대입전략을 고민하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시간당 40만∼50만 원의 상담비를 요구하는 대입컨설팅 서비스나 최대 100만 원을 요구하는 자기소개서 대필 서비스도 성업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 대치동 학원 ‘규모↓, 수강료↑’ 전망

대치동 학원들의 이런 치열한 생존경쟁이 지속될 경우 단위 학원의 규모는 줄어들고 수강료는 더욱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창섭 강남교육지원청 평생교육건강과 주무관은 “학원들의 권리금이 없어진 경우가 많은 만큼 새 학원들은 계속 설립되겠지만 수강생 모집은 점점 어렵기 때문에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학원들은 수강료를 올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또 다른 정부 교육당국자는 “전반적으로 학생과 학부모들이 대형 강의보다는 소규모 맞춤형 강의를 원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잇따른 학원 구조조정으로 실직한 강사들이 소규모 과외방을 차린 뒤 지나치게 높은 수강료를 챙기는 경우가 많으므로 학부모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강훈 기자 ygh8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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