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도형과 기호가 집합된 이상남 씨의 신작. PKM트리니티갤러리 제공
1980년대 이후 미국 뉴욕에 정착해 활동해 온 이상남 씨가 4년 만의 개인전에서 선보인 작업이다. 작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그가 고안한 500여 개 공예적 도상들이 빽빽하게 집합된 회화는 ‘기하 추상의 탐구’란 점에서 예전과 같은 맥락이되 더욱 밀도 있는 짜임새와 현란한 구성을 드러낸다. 대작에 앞서 그가 날마다 작업하는 종이드로잉도 흥미롭다. 화가의 머릿속을 엿볼 수 있는 소품들이다.
그의 작품은 얼핏 차갑고 기계적으로 제작된 듯 보이지만 실상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수공(手工)의 작업 과정을 감추고 있다. 옻칠한 나무 판에 아크릴 물감을 칠하고 사포로 매끄럽게 갈아 내기를 50∼100회 반복해 탄생시킨 작품은 이성과 감성, 동양의 정신성과 서구의 물질성을 뭉뚱그리고, 회화와 디자인의 경계를 흔든다.
고미석 문화전문기자·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