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행당동서 전당포 31년째 운영 이재오 씨
23일 오후 서울 성동구 행당동 성동전당포에서 주인 이재오 씨가 손님이 가져온 반지를 감정하고 있다. 이 씨는 31년째 전당포를 운영해오고 있다. 서울 성동구 제공
31년째 서울 성동구 행당동에서 전당포를 운영해 온 이 씨는 “요새 손님 구경하기도 힘들었는데 찾아온 게 어디냐”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23일 오후 서울 지하철 1호선 왕십리역 인근 성동전당포. 평범한 회사를 다니던 이 씨가 31년 전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지인의 말에 차린 전당포다. 당시에는 주변에 30곳이 넘는 전당포가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사라지고 이 씨의 가게를 포함해 5곳만 남았다. 오랜 세월만큼 낡은 이 씨의 가게. 계단은 성인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았고 하얀색 철문과 철창에도 세월의 무게가 남아있다. 철창 아래 가로세로 1m도 안되는 작은 창문 안 쪽에서 이 씨가 손님을 기다리는 모습은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속 풍경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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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가 잘됐을 때는 전당포 수입만으로 세 딸 모두 대학을 보내고 시집까지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한 달 수입이 많아야 100만 원 정도. 신용카드가 확산되고 대형 대부업체가 범람하면서 전당포는 점차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1999년 전당포 영업법이 폐지되면서 업주들의 모임인 전당포영업회도 사라졌다. 2005년 9월부터 전당포 영업은 대부업법 규정에 따라 영업하게 돼 이자율은 연 39%, 월 3.25%를 적용받는다. 이 씨는 “과거 잘나가던 1970, 80년대에는 6개월 대출에 월 6% 이자를 받았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에 등록된 대부업체는 4690개지만 전당포는 별도로 구분되지 않는다.
세상이 바뀌면서 손님이 뜸해졌지만 이 씨는 전당포를 계속할 생각이다. 그는 “여기서 돈을 빌리는 사람들은 큰돈도 아니고 당장 몇십만 원, 몇만 원이 없어서 생계가 곤란한 사람들”이라며 “전당포는 은행이나 대부업체도 외면하는 사람들의 마지막 작은 희망”이라고 말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