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야기현 오가쓰中 학생-교사 49명 방한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동 남산 N서울타워에서 일본 미야기 현 이시노마키 시 오가 쓰중학교 학생들이 망원경으로 서울을 구경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20일 오후 서울 강서구 방화동 삼정중학교 강당에서 막 합동연습을 마친 요코에 리사(橫江里소·14) 양이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녀 앞에는 폐타이어에 비닐을 씌운 북 하나가 놓여 있었다. 검은색 셔츠의 등에는 ‘다쿠마시쿠 이키루(たくましく 生きる·당당하고 씩씩하게 살자)’라는 하얀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지난해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피해를 당한 일본 미야기(宮城) 현 이시노마키(石卷) 시의 오가쓰 중학교 학생 39명과 교사 10명이 대지진 당시 도와준 한국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려 한국을 찾았다.
19∼23일 한국에 머무는 학생들은 21일 오후 종로구 인사동에서 삼정중 학생들과 합동 공연을 열고, 이 외에 다양한 문화교류 활동도 펼칠 예정이다.
대지진이 발생한 지 1년 5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오가쓰 중학교 운동장에는 지진과 해일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학교 건물이 없어 수업은 근처 고등학교에서 듣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은 북을 통해 조금씩 희망을 찾아가고 있다. 북으로 유명했던 고장이지만 북이 모두 파도에 떠밀려가 폐타이이어 비닐을 감아 북을 만들어 치기 시작했다. 이들의 북 공연은 방송을 통해 일본 전역에 소개되면서 절망에 빠진 국민들에게 희망을 전해주기도 했다.
오가쓰 중학교 하야사카 신야(早坂信也·56) 교장은 “재해와 분노와 절망이 도움을 주신 여러분에 대한 감사와 희망으로 바뀌고 있다. 이 덕분에 예전 생활을 조금씩 되찾고 있다”며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최근 냉각된 한일관계는 양국 중학생들 사이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연습이 끝나자 한국과 일본의 중학생들은 스스럼없이 어깨동무하고 함께 사진 찍기에 바빴다. 삼정중 학생들은 오가쓰 중학교 학생들의 이름이 하나하나 적혀 있는 한국의 전통 부채를 선물했고, 일본 학생들은 ‘씩씩하고 당당하게 살자’라고 겉면에 쓰인 파일집을 건넸다.
삼정중 2학년 박지현 양(14)은 “일본 학생을 처음 만났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이미지와 많이 달랐다. 다음에는 우리가 오가쓰 중학교에 가서 공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 [채널A 영상] 日대지진 그 후 1년…‘죽음의 땅’ 후쿠시마를 가다
김진우 기자 uns@donga.com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