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행 속 시공을 초월해 달리는 차
한불모터스 제공
로맨틱 코미디의 거장인 우디 앨런 감독은 신작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에서 당신을 1920년의 ‘황금시대’ 파리로 데려갑니다.
자신도 모르게 환상적인 시간 여행에 말려든 소설가 길(오언 윌슨 분)은 그토록 동경하던 당대의 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스콧 피츠제럴드를 만나게 됩니다. 기행을 일삼는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술친구가 되고 파블로 피카소의 연인 아드리아나(마리옹 코티야르 분)와 로맨스에 빠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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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시공을 초월해 달리는 차는 1928년 출시된 프랑스 푸조의 ‘랑듀레 184’입니다. 당시 프랑스를 대표하던 자동차 디자이너 장앙리 라부르데트(1888∼1972)의 작품입니다.
자동차가 부유층의 전유물이던 시대상을 반영한 이 차의 화려한 외관은 눈을 떼기 힘들 만큼 매력적입니다. 라부르데트는 푸조, 시트로엥 등 프랑스 차뿐 아니라 영국 롤스로이스의 역사적 모델인 ‘팬텀 III’도 디자인했습니다.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이 차의 성능은 그리 뛰어나지 못합니다. 3.8L급 6기통 엔진의 출력은 겨우 80마력, 수동변속기는 4단으로 최고 시속이 115km에 불과했습니다. 최근 출시되는 경차만도 못한 수준이죠. 어쩌면 파리의 ‘낭만 시대’에 질풍같이 빠른 차는 필요하지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그저 아름다움만이 그들의 유일한 가치였을지도요.
“파리는 비가 내릴 때 가장 아름다워.” 길의 말처럼 스크린을 통해 비치는 파리의 거리는 서정적인 영상미를 선사합니다. 최근 파리에는 이 영화에 등장하는 명소를 순회하는 관광코스까지 등장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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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의 후손들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를 동경할 것이라는 메시지입니다. ‘지금을 사랑하라’는 마무리는 어쩐지 뒤가 씁쓸합니다. 조금 느릿느릿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낭만이 가득한 과거를 향해 달리는 아름다운 차가 눈앞에 멈춰 선다면 유혹을 뿌리칠 수 있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