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경기장서 첫 내한공연… 욕설 표현 여과 없이 불러
미국의 랩 슈퍼스타 에미넴은 19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내한공연에서 거침없는 랩과 세련된 손동작으로 2만여 관객을 열광시켰다. 현대카드 제공
우비를 입은 2만여 관객은 비 내리는 보조경기장 특설무대 앞을 가득 채웠다. 오후 8시 25분경 무대 뒤 스크린에 “은퇴 소문이 돌았지만 그는 오늘 서울에서 무대로 복귀한다”는 글귀가 나타났고 이어 에미넴이 조명 앞에 등장했다. 흰 티셔츠에 은 목걸이, 7푼 바지에 회색 후드를 검정 모자 위로 뒤집어쓴 그가 “코리아!”를 외치자 관객들의 거친 환성이 터져 나왔다.
드럼, 건반, 베이스, 기타, DJ 등으로 구성된 라이브 밴드는 2010년 앨범 ‘리커버리’에 수록된 ‘원트 백 다운’을 연주했고 에미넴은 동료 래퍼 디넌 포터와 함께 특유의 쏘아붙이는 랩을 시작했다. 곡 사이사이 에미넴은 한 손을 올리고 “코리아! 손 올리고, 이쪽, 저쪽으로!” “뛰어!”를 외치며 관중들을 흥분시켰다. 흑인 래퍼 로이스 다 파이브 나인과 함께 ‘패스트 레인’을 부르며 초고속 랩을 펼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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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공연은 수준급의 열정적인 무대였지만 주최 측과 영상물등급위원회의 공연 관람 등급 설정 기준에는 의문을 남겼다. 공연은 ‘12세 이상 관람가’ 등급으로 열렸지만 에미넴은 발언이나 가사의 수위를 낮추지 않았다. ‘스탠’ 등 직설적인 가사로 여성가족부에서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된 곡들도 공연 목록에서 빠지지 않았다. 친모에 대한 분노를 담은 ‘클리닝 아웃 마이 클로짓’을 부르기 전에는 “여기 모인 사람 중에 부모와 문제 있는 사람?”이라고 물은 뒤 “엄마, 아빠 ○ 먹어’라고 해!”라고 외치기도 했다.
미국 디트로이트의 빈민가에서 성장한 에미넴은 닥터 드레에 의해 발탁된 뒤 힙합계 최정상의 자리를 지켜왔다. 8장의 음반을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올려놨고, 그래미상을 11차례 수상했으며, 세계적으로 8000여만 장의 음반을 판매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