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 산업부 기자
30분짜리 토론에서 무슨 심도 있는 의견이 오가겠느냐마는 그래도 심하다 싶을 정도로 “우리 회사는 이렇게 전기를 아끼겠다”는 보고만 계속됐다. 사회를 맡은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이 “장관님은 원래 자유롭게 토론하는 스타일”이라며 분위기를 띄우고 홍 장관도 “정부에 대한 건의사항을 말해 달라”고 거들자 한 임원이 용기를 냈다.
“누구나 전기요금이 오를 거라고 예측하는데 기업들로서는 그게 언제 어떤 식으로 올라갈지 알면 좋겠다. 지난해 같은 경우 1년에 두 번 오를 거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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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선생님에게 당돌하지만 일리 있는 질문을 던졌다가 꾸중 듣는 학생 꼴이 돼버렸다. “이 부회장은 어떻게 생각하시느냐”는 장관의 질문에 이 부회장은 잠시 뜸을 들이다 “50%는 산업계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고…”라며 말을 흐렸다. 너무 나갔나 싶었던지 홍 장관은 “전기요금이 올해 안에 오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노력을 북돋우기 위해서였다”고 부연 설명을 했다. 그런 뒤 마무리 발언에서 다시 ‘50% 인상’을 언급했다.
현장에서 지켜보던 기자는 당황스러웠다. ‘그만큼 절박한 마음으로 절전 방안을 연구하라’는 발언 의도까지 폄훼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화술은 참 투박했다. 장관이 다그치면 기업이 분발할 거라고 보는 발상도, 절전경영 보고대회라는 행사도 촌스러웠다.
지경부 장관은 경영컨설턴트가 아니다. 전력 수급의 책임자이고 전기요금은 그의 칼자루다. 홍 장관의 모습을 보고 협력업체에 납품단가 후려치기라는 칼자루를 꺼냈다 넣었다 하면서 “원가절감 노력을 하면 당신들한테도 좋은 일”이라고 말하는 일부 ‘나쁜’ 대기업이 떠올랐다면 비약일까.
이날 통화한 한 대기업 관계자는 “그게 정책 담당자가 할 말이냐. 뭐가 그리 가벼우냐”며 하소연했다. ‘기업을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냐’는 생각에 기분도 많이 상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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