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원은 유럽산 등 수입 전기면도기 54종과 전동칫솔 14종의 유통구조와 가격을 조사한 결과를 12일 발표했다. 지난해 7월 한-유럽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8%였던 관세가 완전 철폐됐는데도 올 초까지 전기면도기와 전동칫솔 가격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적에 따른 후속조치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인터넷 오픈마켓(온라인)과 백화점 및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에서 동시에 판매되는 제품의 가격을 비교한 결과 전기면도기 40개 제품 가운데 39개의, 전동칫솔은 14개 중 13개의 온라인 가격이 오프라인보다 저렴했다. 전기면도기 중 가격차가 가장 큰 제품은 필립스(HQ6990)로 인터넷 오픈마켓에서는 4만2320원이었지만 백화점에서는 같은 제품이 8만5600원에 팔렸다. 백화점에서 이 제품을 산 소비자는 오픈마켓에서 사는 것보다 2배의 돈을 낸 셈이다. 전동칫솔 가운데는 오픈마켓에서는 5만950원인 브라운 오랄비(D20.514) 제품이 백화점에서는 2.3배인 11만7000원에 팔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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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 전기면도기와 전동칫솔의 시장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750억 원과 310억 원으로 유럽 브랜드인 필립스와 브라운의 시장점유율이 85%에 이르며 필립스는 한국지사인 필립스전자 브라운은 외국계 회사인 한국P&G가 독점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외국산 전기면도기는 평균 6만841원에 수입된 뒤 소비자들에게는 16만1947원(부가세 포함하면 17만8141원)에 팔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입업체들과 유통업체가 수입가격의 166%(10만1106원)를 마진으로 챙기는 것이다. 전동칫솔은 평균 3만8068원에 수입돼 소비자들에게는10만3258원(부가세 포함하면 11만3584원)에 팔렸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한-EU FTA에 따른 가격 인하요인, 유통마진 등을 고려하면 수입 전기면도기와 전동칫솔 가격은 너무 높은 수준”이라며 “독점 수입업체의 불공정행위를 감시하고 정부가 병행수입을 활성화하면 이들 제품의 가격이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