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통령선거는 11월 25, 26일 후보 등록 이후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대선 후보 등록을 한 정당은 국가로부터 1년 치 정당보조금에 해당하는 액수를 후보 등록 후 이틀 안에 선거보조금으로 지급받는다. 새누리당은 163억5000만 원, 민주통합당은 152억6000만 원, 통합진보당은 28억 원, 선진통일당은 21억7000만 원이다. 후보 등록을 하지 않은 정당이나 무소속 후보는 선거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문제는 후보 등록을 마친 정당의 후보가 사퇴하더라도 이미 수령한 선거보조금은 그대로 챙긴다는 점이다. 야권이 대선 후보 단일화를 공언하는 만큼 현실적으로 그럴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단일화 경선에서 패한 특정 정당 후보가 사퇴하는 것은 선거운동 도중에 후보가 사망 등으로 불가피하게 궐위(闕位)되는 상황과는 차원이 다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진 않았지만 야권의 대선 후보 단일화는 민주당과 통진당 후보 및 안 원장 간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만약 후보 등록 전에 단일화가 이뤄지고, 그 결과 안 원장이 이겨 어느 정당에도 입당하지 않고 무소속으로 출마한다면 민주당과 통진당은 선거보조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자당(自黨)의 공식 후보를 내지 못했으니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후보 등록 후에 똑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얘기가 다르다. 자당의 공식 후보가 없기는 마찬가지지만 두 당은 선거보조금을 챙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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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대선 후보 단일화의 현실적 필요성을 인정한다고 치자. 그러나 선거보조금 지급은 별개의 문제다. 선거보조금은 대의민주주의의 기초인 정당정치가 제대로 기능하도록 돕기 위해 선거운동에 소요되는 경비의 일부를 국가가 지원하는 제도다. 차제에 최종 대선 후보를 내지 않고, 따라서 선거운동을 할 필요가 없는 정당에는 아예 선거보조금을 주지 않는 쪽으로 법을 개정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