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의 양기는 서늘한 기운 흐르는 엄마등과 ‘찰떡궁합’
첫 번째 이유. 아기는 양기덩어리다. 온몸이 불덩이에 가깝다. 따라서 음양의 이치상 음기가 필요하다. 아기들이 ‘할머니의 품’을 좋아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할머니는 여성인 데다 노인이라 음기의 결정체에 해당한다. 당연히 아기들과는 ‘찰떡궁합’이다. 그래서 ‘동의보감’에는 이런 육아법이 나온다. “아이에게 70∼80세 노인이 입던 헌 잠방이나 헌 웃옷을 고쳐 적삼을 만들어 입히면 진기를 길러 주어 오래 살 수 있다.” 업어야 하는 이치도 비슷하다. 심장은 특히 불이다. 그런데 안고 있으면 엄마의 심장과 아기의 심장이 서로 마주 보게 된다. 곧 맞불이 붙는 형국이다. 그러면 아기는 양기가 더욱 항진될 것이고, 엄마 또한 열이 올라 그 자세를 오래 유지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또 각종 상품이 등장했다. 아기를 오랫동안 안고 다닐 수 있는 우아한 베이비 상품들. 하지만 아기가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그 같은 패션은 엄마의 허리에 무리를 준다.
두 번째 이유. 등은 서늘하다. 족태양방광경(足太陽膀胱經)이라는 경맥이 지나가기 때문이다. 이 경맥은 신장과 방광으로 이어진다. 이 장기들은 물을 주관한다. 등에 업히면 아기의 심장뿐 아니라 몸 전체의 양기가 차분하게 수렴된다. 아기의 시야도 훨씬 넓어진다. 엄마의 등에서 보는 세상은 흥미진진하다. 지나가는 사람들, 온갖 색깔, 움직이는 물체들. 아기의 눈에는 이 모든 것이 혼융돼 있다. 그래서 마법의 천지다. 그 파노라마를 음미하는 것이 아기한테는 최고의 놀이이자 공부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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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서로가 서로에게 배경이 되는 관계, 엄마와 아기가 각자 자신의 삶을 확충해 갈 수 있는 관계, 엄마의 등은 그것을 훈련할 수 있는 최고의 현장이다. 그러니 부디 안지 말고 업어라!
고미숙 고전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