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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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년을 채우기도 전에 교단을 떠나는 선생님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교권 추락, 교실 붕괴로 요약되는 학교 현장에 환멸을 느끼는 탓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교사가 학생들에게서 희망을 찾습니다. 학생들도 학교에서 꿈을 찾습니다. 성장통을 겪으며 희망과 꿈을 찾아가는 교실 이야기를 서울의 5년차 초등학교 교사인 장민경 선생님이 들려 드립니다. 그 첫 번째는 아이들과 함께해서 행복한 교사들의 이야기입니다. 》
얼마 전,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후배 교사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날 찾아왔다.
“좋은 일 있었어?”
“정말 저희 반 애들 예뻐 죽겠어요. 미칠 것 같아, 예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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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는 한 학기 동안 교실에서 생활하면서 즐거웠던 순간과 힘들었던 순간을 알아보려고 아이들에게 설문지를 돌렸단다. 담임교사에게 바라는 점을 묻기 위해 ‘나는 우리 선생님이 ( )하면 좋겠다’라는 항목도 넣었다. ‘숙제를 조금만 내줬으면 좋겠다.’ ‘야외 학습을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 요구 사항들이 많았다.
“별거 다 나왔는데, 한 아이가 뭐라고 썼는지 아세요?”
그 학생은 괄호 안에 ‘행복’이라고 적었단다. ‘우리 선생님이 행복하면 좋겠다.’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눈물이 그렁그렁해진 후배는 그 행복한 얼굴로 계속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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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학년 담임을 맡으며 맘고생이 심했던 후배였다. 가출을 밥 먹듯 하는 반 아이 때문에 원형탈모까지 앓았다. 올해도 업무가 과중해 병원에 들락거리는 모습이 늘 마음에 걸리던 차였다.
“선배, 저 교사 하길 잘했어요. 천직인가 봐요. 정말 행복해요.” 후배의 뒷모습까지 행복해 보였다.
사람들은 대개 교사라는 직업이 일찍 퇴근해서 혹은 방학이 있어서 좋겠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런 장점들은 학교에 있다 보면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이들과 6시간 혹은 그 이상을 보내는 것은 그날 하루에 쓸 모든 에너지를 6시간에 집중해서 소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와 1시간만이라도 함께해 보면 이해할 것이다.
또 4, 5개월 아이들과 함께하다 보면 에너지 충전이 절실해진다. 그때 방학이 찾아온다. 실제로 방학 전후로 아픈 교사가 많다. 소진된 몸과 마음을 채워야 다시 다음 학기를 버틸 수 있다. 물론 이른 퇴근 시간과 방학은 모든 직장인들이 부러워하는 장점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교사라는 직업이 자랑스러운 때는 후배 교사처럼 아이들과 사소한 행복을 나눌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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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경 초등학교 교사
그런데 두 달 전쯤, 방과 후에 한 학생이 헉헉대며 교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나에게 그 아이는 두 손을 내밀었다. 오디 다섯 알이 놓여 있었다. “샘, 제가 계속 먹어봤는데 지금이 제일 맛있는 것 같아요!” 오디 열매를 따느라 갖은 궁리를 다 했을 텐데, 그 오디를 품고 운동장을 가로질러 5층까지 뛰어온 녀석의 마음이 기특했다.
태어나서 처음 먹어 본 오디였다. 다시 뽕나무로 향하는 아이의 뒷모습을 창문 너머로 지켜보며 내가 교사라는 사실에 감사했다.
장민경 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