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무인도서관 실험 5개월새 책 75권 사라져
성동구는 새마을문고 성동구지부가 기증한 소설 수필 교양서적 등 일반도서 100권과 동화책 100권 등 200권을 비치했다. 누구나 자유롭게 책을 빌려 가는 대신 연락처와 책의 일련번호를 적은 대출 신청서만 대출 신청함에 넣도록 했다.
성동구의 실험이 시작된 지 166일째인 31일. 200권이 빽빽하게 꽂혀 있던 무인도서관 책장은 정상 대출된 50여 권을 포함해 절반 이상의 책이 사라진 채 텅 빈 상태였다. 5개월여 동안 이곳에서 분실된 책은 모두 49권으로 분실률은 24.5%다. 대출 신청서를 작성하지 않고 가져가 한 달 이상 돌아오지 않는 책을 분실된 것으로 간주해 센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올 3월 성동구청 앞에 공중전화부스 2개를 개조해 만든 2호 무인도서관(350권)의 분실률은 7.4%(26권)라는 점이다. 주변에 보는 사람이 없는 역 광장과 구청 앞이라는 위치 차이가 도서 분실률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양심이 사라졌다.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광장의 무인도서관. 개관 직후인 올 3월엔 책이 가득 차 있었는데(왼쪽), 31일 서가 곳곳이 빈칸이다. 책 200권 중 49권이 사라졌다(오른쪽).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무인도서관 같은 사업은 주인의식과 상호 신뢰의 기반이 튼튼한 공동체적인 특성이 있는 지역에서는 가능하지만 ‘익명성’에 숨으려는 사람이 많으면 성공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시민들은 책 분실을 막기 위해 “모형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자”거나 “‘우리 이웃을 위해 반납해 주세요’와 같은 안내 메시지를 책마다 붙여 놓자”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에 구 관계자는 “시민의 양심에 맡기는 운영 방침을 바꿀 계획은 없다”며 “시민의 재산을 가로챈다는 건 결국 모두의 손해인 만큼 하루빨리 책을 반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서형석 인턴기자 건국대 경제학과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