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은, 6개銀 상업용대출 현황 보고서
광고회사 임원을 끝으로 지난해 퇴직한 김모 씨(57)는 서울 아파트를 처분한 돈과 퇴직금 등 8억 원으로 인천에 식당을 열고 텃밭 딸린 집도 샀다. 김 씨는 식당과 집을 담보로 7억 원을 대출받아 영업에 나섰지만 ‘안정된 노후’는 아직 멀기만 하다. 그는 “월 매출이 1000만 원은 돼야 원리금을 갚을 수 있지만 손님이 줄어 이자 갚기도 빠듯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최근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를 포함한 퇴직자들이 대거 창업전선에 뛰어들면서 상가 등을 담보로 한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이 ‘가계부채 폭탄’의 뇌관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특히 상가가격이 폭락해 경매로 넘어가도 은행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깡통 상가’가 속출하고 있다. 생계형 대출이 대부분인 상업용 대출의 부실이 심화하면 국내 경제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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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상가의 공실률이 높아지는 반면 경매 낙찰가율은 낮아지고 있어 상가담보대출 비중이 35.0%인 전체 상업용 대출의 부실이 우려되고 있다. 실제로 서울 광진구 구의동 테크노마트의 한 상가(11m²)는 최근 경매에서 950만 원에 낙찰됐다. 이는 감정가액 1억 원의 9.5%에 불과한 헐값으로 은행은 대출금 7000만 원의 14%를 회수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이처럼 상가담보대출 49조5000억 원 중 경매 평균 낙찰가율 63.0%보다 많이 대출된 금액이 모두 12조7000억 원으로 전체 상업용 대출의 25.6%에 이른다. 전체 상업용 대출 4건 중 1건이 ‘깡통 대출’인 셈이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제2금융권에서 받은 대출까지 감안하면 상업용 대출의 실상은 더 심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