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애와 결혼의 과학 타라 파커포프 지음·홍지수 옮김/372쪽·1만5000원·민음사
책의 내용은 크게 ‘내가 왜 사랑에 빠졌을까’ ‘결혼생활 위기 대처법’ ‘행복한 결혼생활 처방전’으로 나뉜다. 사랑에 빠진 이유는 자연과학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분석했다. 결혼생활의 문제를 짚고 해결점을 찾을 땐 사회과학적 통계자료를 활용했다. 과학자들이 수십 년 동안 진행해온 설문조사와 부부가 대화하는 장면을 찍은 비디오 녹화, 피부 반응 측정, 심장 모니터, 뇌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법의 연구를 소개한다. 저자는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특정 결혼이 오랫동안 유지될지 아니면 파경을 맞을지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결혼을 잘하고 싶으면 여성들은 피임제를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 결혼에 실패하지 않으려면 시작부터 철저히 과학적이어야 한다는 것. 스위스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여성의 신체는 자신과 아주 다른 면역 체계 유전자군(MHC)을 가진 짝을 냄새로 찾아내도록 설계됐다. 호르몬 조절 피임제는 MHC의 차이를 식별하는 본능을 약화시킨다. 실제 연구에서도 피임제를 복용한 여성은 자신과 가장 비슷한 유전자를 가진(궁합이 맞지 않는) 남성을 선택했다.
광고 로드중
저자의 뒷심이 부족했던지 창대한 분석에 비해 해법은 미약하다. 연애와 결혼에 대한 분석은 과학적이지만 문제에 대한 낱낱의 해결방법은 진부하다. 저자가 제시했던 ‘상대방의 관점으로 문제를 보라’ ‘육아와 생활에서의 동등한 성 역할’ ‘부부가 흥미진진한 일을 같이 경험하기’ 등은 그가 그토록 분노했던 자기계발서에 나오는 내용 아닌가.
그럼에도 이 책을 읽을 만한 이유는 있다. 결혼하면 달라지는 변화에 대한 방대한 통계자료가 꽤 유익하다. 책 곳곳에 실린 실제 연구에서 사용됐던 ‘애정테스트’를 배우자(혹은 이성친구)와 함께 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광고 로드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