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시당초 뛰는 야구 불가능… 6월까지 선두권 유지 기적후반기 대반격 기대하라
이만수 SK 감독이 22일 인천 문학구장 감독실에서 올 시즌 전반기 평가와 후반기 목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감독은 “8월까지 승패차 +18을 만들겠다는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했다. SK는 24일 현재 승패차 +2다. 인천=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 “30대 선수들은 노쇠현상 왔을 것”
SK는 올 시즌 전반기에 39승 1무 38패로 6위에 그쳤다. SK답지 않은 성적이다. 이 감독은 “투수 야수 할 것 없이 부상자 투성이다. 선발투수 로테이션을 지킨 건 윤희상뿐이고 야수들도 대부분 허벅지와 종아리 통증이 있다. 이 전력으로 6월 중순까지 1, 2위를 한 것도 기적”이라고 했다. 이 감독은 자신의 현역 시절 일화를 예로 들며 부상자가 많은 이유를 설명했다.
김성근 시대의 SK는 뛰어난 성적을 거뒀지만 한편으론 이기기 위해 선수를 혹사시킨다는 비판도 있었다. 이 감독은 “겨우내 선수들을 3시간 이상 훈련시키지 않고 충분한 휴식을 준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무리한 탓에 생긴 부상은 쉽게 낫지 않았다”고 했다.
○ “애시당초 뛰는 야구 할 수 없었다”
지난해까지 SK는 ‘뛰는 야구’를 했다. 하지만 올해 SK는 뛰지 않았다. 전반기 팀 도루는 44개로 8개 구단 중 꼴찌다. 주자가 뛰지 않다보니 상대 투수는 편하게 변화구나 몸쪽 직구를 던진다. 자연히 팀 타율도 0.255로 최하위다. 일부에선 “SK 야구가 생동감이 없어졌다”고 비판한다. 이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솔직히 우리 팀은 올 시즌 시작 전부터 뛰는 야구를 할 수 없는 여건이었다. 선수들이 자칫 무리해서 뛰다 부상이 악화되면 아예 경기 자체를 못 나오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감독으로서 핑계같이 보일까봐 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이것도 내 운명이란 걸 알기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 “긍정의 힘을 믿는다”
이 감독은 인터뷰 내내 긍정의 힘을 강조했다. 자신이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는 중학교 1학년 말 야구를 시작하자마자 “10년 후에 최고의 선수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선수 은퇴 후 미국 클리블랜드 마이너리그 산하 팀으로 코치 연수를 가면서도 “5년 안에 메이저리그 코치로 올라가겠다”고 했다. 사람들은 모두 비웃었지만 그는 해냈다.
이 감독은 후반기에 희망을 본다. 선수들이 부상에서 속속 회복해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후반기엔 이 감독이 고대하던 김광현-마리오-송은범-부시-윤희상 5선발 체제가 갖춰진다. 타자들도 전반기 막판 타격 회복세를 보였다. 헐크는 비룡을 번쩍 들어올릴 수 있을까.
인천=조동주 기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