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진 베이징 특파원
그런데도 대만 내의 반대는 거셌다. 야당인 민진당과 농수산업계, 노동단체들은 격렬히 반대했다. 대륙의 값싼 농수산물로 대만이 초토화된다는 것이 주요 이유였다. 비준에 반대하며 의회 폭력사태도 발생했다.
체결 이듬해인 2011년 1월 1일 ECFA가 발효된 후 1년 반이 지났다. 대만 행정원 농업위원회(농림수산식품부 격)에 따르면 지난해 대만 농수산물의 대륙 수출은 전년보다 26% 늘었다. 특히 차(茶) 생선 과일 등 18종은 50%가 증가했다. 올해도 5월 말까지 이 품목들의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늘었다. 이 기간 중국산 농수산물의 대만 수입도 30%가량 늘었지만 대만 농수산업은 별 타격을 입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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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FTA 협상에서 중국이 한국에도 양보할까? 이미 한국과 중국에서 중국이 같은 동포이자 특수 관계인 대만에 한 양보를 한국은 누리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2010년 ECFA 체결 직후 베이징에 온 한국의 한 경제부처 장관도 한중 FTA 협상과 관련해 “중국이 대만에 양보한 것처럼 한국에 양보할 것으로는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자는 생각이 다르다. ECFA에서 중국이 대만에 양보한 배경은 정치적 고려가 컸다. KOTRA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대만과의 ECFA를 서두를 이유가 전혀 없었지만 서둘렀다. 또 크게 양보했다. 양안 관계 개선과 글로벌 영향력 확대를 위해서였다. 대만의 최대 고민은 자국 농산물시장 보호지만 중국에서 보면 대만으로 수출되는 중국 농산물은 전체 수출액의 2.4%(2010년 기준)밖에 되지 않는다. 중국이 농산물 분야에서 양보한 것이 대만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물이지만 중국으로서는 별 손해가 아닌 것이다.
한중 FTA는 어떨까? 중국 입장에서 볼 때 전략적 요소가 더 크다. 한국은 중국 주변에서 대만 홍콩 마카오 등 중국권을 제외하고는 중국의 전략적 이해가 가장 뚜렷하게 걸린 국가다. 혹자는 한국의 전략적 위상이 이들 지역보다 더 특별하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한국을 끌어안고 싶어 한다. 또 미국과 FTA를 맺은 한국을 ‘교량’으로 삼아 미국과 거래하고 싶어 한다. 지난해 중반 초당파 국회의원 방중단으로 베이징(北京)에 와 중국 고위급 지도자들을 두루 만난 한 국회의원은 “중국이 한중 FTA를 통해 미국의 기술 등을 이전받으려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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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중국 전문가는 더 나아가 한국의 협상 목표를 ECFA보다 중국이 더 많은 양보를 한 중국과 홍콩 간의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 수준까지 높이자고 말한다. 협상팀의 활약과 선전을 기대한다.
이헌진 베이징 특파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