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구계 숙원 내년말 완공… ‘돈먹는 하마’ 전락 우려
내년 완공 예정이지만 홈구장으로 쓰려는 구단이 없어 적자가 불가피해진 서울 구로구 고척동 돔구장.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 프로 구단, “기존 구장 쓰겠다”
2009년부터 2023억 원을 들여 짓고 있는 고척동 돔구장은 현재 50% 정도 지어진 상태다. 전체 용지 5만7261m² 위에 2만2258명을 수용할 수 있는 돔 야구장과 수영장, 헬스장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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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겠다는 프로팀이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 야구팬들의 숙원사업이었던 돔구장에서 프로야구 경기를 볼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프로구단이 이 구장을 외면하는 것은 불편한 교통과 적은 관중석 때문이다. 외곽에 위치한 데다 인근 지하철역은 1호선 구일역뿐인데 경기장까지는 걸어서 15분이나 걸린다. 또 3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잠실야구장에 비해 수용 가능한 관중 수도 8000명가량 적어 입장 수입에도 문제가 생긴다. 창단 5년 차인 넥센은 한때 고척동 돔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것을 검토했지만 목동구장을 떠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넥센 측은 “목동구장에서 다져온 입지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잠실구장을 사용하고 있는 두산과 LG도 “오랫동안 잠실구장을 홈구장으로 써왔고 교통도 편리해 고척구장 사용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 세금 먹는 ‘적자 구장’ 되나
프로구단을 유치하지 못하면 고척동 돔구장은 매년 상당한 적자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가 2009년 설계 변경 당시 사업 타당성 조사를 한 결과 돔야구장을 아마구단뿐 아니라 프로구단까지 함께 사용하더라도 매년 20억 원의 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가 다양한 수익시설이 들어설 수 있도록 다시 설계를 변경했지만 감사원은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올해 1월 감사원에서 발표한 ‘지방재정건전성 진단 및 점검’에서 고척동 돔구장은 운영·유지비 등 예상 지출을 예상 수입으로 나눈 경제적 타당성 지수가 아마추어 구장으로만 사용할 경우 0.66, 프로야구장으로도 사용할 경우 0.93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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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돔구장은 일반 구장보다 유지비가 훨씬 많이 든다. 일반 구장에서는 필요 없는 냉난방비, 돔을 관리할 운영요원 및 관리요원 인건비가 필요하다. 내외부의 기압 차로 지붕을 떠받치는 공기막 방식을 채택한 일본 도쿄돔의 하루 운영비는 행사가 없을 때도 1억2000만 원이 넘는다. 올해 서울시가 잠실야구장 유지 및 보수에 책정한 한 해 예산은 20억 원이다.
○ “돔구장은 시민을 위한 공공재”
서울시는 고척동 돔구장에 다양한 문화행사 및 공연, 영화관과 상업시설 등 수익시설을 유치해 수익을 내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교통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인근의 고척교를 8차로에서 10차로로 확장하고 야구장 지하 2층에 주차장도 추가로 짓는다. 서울시 관계자는 “고척동 돔구장은 반드시 흑자를 내야 하는 수익시설이 아니라 시민을 위한 일종의 공공재라고 볼 수 있다”며 “프로구단을 유치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다양한 활용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