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 발레단 ‘로미오와 줄리엣’ ★★★★
3막 줄리엣의 침실 장면에서 격정적인 2인무를 추는 로미오 (콘스탄틴 노보셀로프)와 줄리엣(김나은).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두 작품 모두 러시아 작곡가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의 음악을 사용했는데 지난해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 안무의 ‘로미오…’가 단출하고 상징적인 무대를 배경으로 한 현대적인 작품이라면 이번 케네스 맥밀런 안무의 ‘로미오…’는 고전적인 맛을 물씬 풍긴다.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제작한 세트와 무용수들의 의상 덕분에 16세기 이탈리아의 르네상스시대로 돌아간 듯 황홀했다. 90여 명의 무용수가 작품에서 입는 200벌이 넘는 의상은 짙고 깊은 색을 사용해 공연 전체에 중후하고 따뜻한 느낌을 더했다.
1막 마지막에 등장하는 발코니 장면은 특히 환상적이다. 중앙 계단이 있는 석조 건물의 2층 방이 붉은 톤의 따뜻한 빛으로 감싸이고 건물 밖은 차가운 달빛이 가득하다. 로미오를 발견한 줄리엣이 중앙 계단을 한달음에 내려와 그와 짧고 강렬한 밀애를 나누는 장면은 풋풋함과 애틋함이 교차했다. 영국 로열발레단을 이끈 맥밀런은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을 이끈 존 크랭코와 함께 드라마 발레를 확립한 대표적인 안무가다. 고전발레가 춤의 향연을 보여 준다면 드라마 발레는 자연스럽고 사실적인 극 전개를 중시한다. 춤은 인물들의 심리 표현을 증폭한다.
7일 로미오 역의 콘스탄틴 노보셀로프와 줄리엣 역의 김나은은 비교적 작은 체격에 몸놀림이 가벼워 10대 남녀의 풋풋함을 표현하기엔 제격이었다. 네 조합의 커플이 번갈아 나서는데 14일 마지막 공연은 다음 달 결혼을 앞둔 엄재용 황혜민 커플이 장식한다.
: : i : : 14일까지. 1만∼10만 원. 02-580-1300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