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공간지각력이 뛰어나고 여자는 언어이해력이 우수하다는 것은 오랜 통념이다. 하지만 이런 통념은 잘못됐을지도 모른다. 미국 위스콘신대 연구진이 86개국 학생들이 치른 수학시험 성적을 비교했더니 성차별이 없는 나라일수록 남녀 간 점수차가 적었다. 성 평등이 최고 수준인 아이슬란드 여학생은 남학생보다 실력이 뛰어났고 노르웨이나 스웨덴은 점수차가 없었다. 여학생이 수학을 못한다는 고정관념이 여학생의 실력 상승을 가로막는 원인이라는 것이다.
▷여성이 수학에 약하다는 통념은 뿌리가 깊다. 아인슈타인도 인정한 독일 여성 수학자 에미 뇌터의 강사 임용이 거부되자 그녀를 추천한 수학자가 “대학이 목욕탕인가요”라고 했다는 얘기가 유명하다.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제12차 국제수학교육대회(ICME-12)에 참석한 잉그리드 도비시 국제수학연맹(IMU) 회장은 “여자가 계산에 약해 수학을 잘 못한다는 것은 편견”이라고 말했다. 부모나 교사가 여학생에게 수학이 아닌 다른 분야의 직업을 권유하거나 “수학 잘하는 여자는 까다롭다”는 남자의 편견을 여자가 내면화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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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