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소 타는 사람. 동아일보DB
그런데 산업사회는 ‘너’가 ‘그것(it)’이 되는 비참한 현실을 가져왔다. 타인은 하나의 수단이 돼 나의 이익을 위해 일하고, 사물화돼 인격을 상실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또 하나의 비정상적 관계의 오리진이 됐다. 이를 붕괴하지 않으면 우리는 계속해 타인을 사물화하고 그들을 이용하며 도구화하는 비인간적인 관계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의 종교 철학자 마르틴 부버(1878∼1965)가 1923년 발표한 ‘나와 너 (Ich und Du)’라는 책은 이런 관계의 오리진을 붕괴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그는 본질적으로 ‘나와 너’라는 관계 속에서 모든 것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즉 ‘나’만 단독으로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너’ 없이는 진정한 ‘나’도 있을 수 없고, ‘너’ 역시 ‘나’ 없이 존재할 수 없다. 이처럼 사람과 사람의 관계성, 연계성을 인식하면 ‘너’를 ‘그것’으로 바라보는 도구적 관계론을 넘어설 수 있다.
광고 로드중
이남훈 경제 경영 전문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