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연평해전 영화 만드는 김학순 감독
“제2연평해전을 치른 참수리호에 걸려 있던 태극기도 ‘붉은 전사’ 함성이 가득한 시청 앞에서 나부끼던 것과 똑같은 태극기인데 쉽게 잊혀지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29일 발발한 지 10년이 되는 제2연평해전을 다룰 영화 ‘연평해전’의 김학순 감독(서강대 영상대학원장)은 영화 제작에 나선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27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김 감독은 영화 제작에 착수하기까지 겪은 우여곡절과 영화화를 결심한 계기를 자세히 털어놨다. 김 감독이 영화 ‘연평해전’ 제작과 관련해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화 ‘연평해전’이 김 감독의 기획 노트에 처음 오른 것은 2006년이었다. 장편 데뷔작 ‘비디오를 보는 남자’로 2003년 미국 휴스턴 국제영화제 등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신인감독상을 받았지만 전쟁영화에 도전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해군 병장 출신인 김 감독은 뜻이 맞는 제작자들과 사전 준비 단계를 밟아갔다. 시나리오 작업은 2007년 출간된 최순조 작가의 동명소설 판권을 사들이면서 탄력을 받았다. 당시 여러 영화 제작사가 이 소설을 탐냈지만 최 작가는 김 감독의 의지와 열정을 보고는 그에게 판권을 넘겼다고 한다. 최 작가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상업성보다 많은 국민에게 우리 장병의 숭고한 희생을 알려야 한다는 뜻이 있었는데 그게 김 감독과 통했다”고 말했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가 제작에 1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가 취소될 뻔한 일도 있었다. 영진위가 특별한 이유 없이 지원을 취소하겠다고 해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시나리오와 감독의 연출 역량이 뛰어나다”며 “영진위의 지원 대상 취소 결정이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갖은 어려움에도 영화 제작을 고집한 가장 큰 힘은 유가족에 대한 안타까움이었다. 김 감독은 유가족이 흘리는 눈물을 지켜보며 ‘나의 아내와 부모가 저들과 같은 상황이었다면 얼마나 비통할까’ 생각해 영화 제작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고 한다. 고 황도현 중사의 아버지 황은태 씨(65)는 “김 감독이 가족행사를 일일이 쫓아다니며 자료를 모으는 모습이 믿음직했다”고 말했다.
29일 10주기를 맞는 제2연평해전을 영화화하는 김학순 감독.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영화 ‘연평해전’은 제작비 60억 원 규모의 3차원(3D)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다. 제작사 ‘로제타시네마’는 조연 배우 캐스팅을 마치고 주연 배우를 최종 선발하고 있다. 영화는 다음 달 말 촬영에 들어가 내년 3월경 개봉할 계획이다. 다큐멘터리 영화는 내년 하반기에 내놓는다. 김 감독은 “소리 없이 희생된 젊은이들을 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할 수 있도록 6년간 공들인 작업을 제대로 마무리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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