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망하는 ‘묻지마 창업’… 문턱 높여야
죽어라 일해도 빚만 지는 자영업자 문제는 과도한 경쟁 탓이 크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자영업자 수가 662만9000명(무급 가족종사자 포함)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비슷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 비해 자영업 부문에 229만 명이 과잉 종사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18일 발간한 보고서에도 “한국의 취업인구 가운데 자영업자 비율이 OECD 평균보다 훨씬 높다”며 “지난해 3월 기준 정기 소득이 없는 자영업자 가계대출의 점유율이 일반 가계대출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라 염려스럽다”고 진단했다.
과잉공급과 소득저하의 악순환 고리가 고착되면서 자영업자의 빚도 계속 늘어 국가재정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대한상공회의소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자영업자의 부채를 포함한 가계부채가 952.3조 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1%로 OECD 평균보다 8%포인트 높고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스페인(85%)에 육박했다.
전문가들은 생계형 자영업자나 예비 자영업자에게 새로운 취업 기회를 제시해 자영업자 수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만난 자영업자들 중에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창업을 하거나 실업자 신세가 두려워 폐업을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와 기업이 나서서 낮은 임금의 일자리라도 창출해야 반실업 형태의 자영업자 양산을 막을 수 있다”며 “월수입 150만 원 수준의 일자리를 제공한다면 기업과 자영업 탈출을 꿈꾸는 사람의 이해가 맞아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 신규 진입 조건을 까다롭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상규 강원대 경영학과 교수는 “독일에서는 작은 구멍가게를 개업할 때도 상권 분석 등 컨설팅을 받고 시의 허가를 받아 개업한다”며 “우리도 자영업 개업과 관련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에 마지막 희망을 건 40, 50대 조기은퇴 자영업자를 위한 고용보험·연금보험 가입을 늘리고 산재보험 가입을 허용하는 등 사회안전망도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영업자 대상 고용보험은 1월 시행 이후 360만 명의 가입대상자 중 가입자가 25일 기준으로 9489명에 불과하다. 자영업자 절반이 50대 이상인 점을 감안할 때 현재 3명 중 1명꼴로 가입해 있는 자영업자의 국민연금 가입률 역시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아울러 고령화사회가 지속되면서 건강한 노동력의 유지·보존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시점에서 4대 보험 중 유일하게 자영업자가 가입할 수 없는 산재보험의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독일의 경우 산재보험법에 따라 자영업자도 산재보험이 강제 적용되고 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