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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소-물고기까지 폐사… 가뭄 이번주 고비

입력 | 2012-06-25 03:00:00

■ ‘장마 단비’ 기다리는 농심




“이것 보세요. 흙을 쥐면 조금이라도 뭉쳐져야 정상인데 밀가루처럼 흩날릴 뿐입니다.”

24일 오후 충남 아산시 신창면 남성리 506 인근 6만5000m²(약 1만9700평) 크기의 고구마 재배지. 밭주인 박세만 씨(70)가 바싹 말라버린 줄기를 뽑아내고 양손으로 흙을 한 움큼 움켜쥐었지만 대부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다. 5월 이후에 심은 고구마는 대부분 고사(枯死) 상태였다. 박 씨는 1주일 전부터 매일 인부 7, 8명씩을 동원해 고구마 보식(補植)과 물주기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남자 9만 원, 여자 5만 원씩 일당을 줘야 해 부담이 만만치 않지만 보식을 해야 다른 고구마를 되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중부권에 한 달 넘게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농심도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104년 만에 최악이라는 가뭄 피해는 농작물은 물론이고 가축 물고기까지 죽이고 있다.

이번 주말엔 장마가 예보돼 있어 가뭄은 이번 주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농민들은 ‘장마 단비’를 기다리며 ‘가뭄과의 마지막 사투’를 벌이고 있다.

○ ‘이슬비’도 안 놓치려는 농심

충남 청양군 운곡면 위라리의 한 목장에서는 21일 88개월령과 80개월령 젖소 2마리가 폐사했다. 가뭄에 따른 지하수 고갈로 물을 제때 공급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24일 오전 전남 해남군 황산면 연호리 들녘. 4mm 정도 적은 비가 부슬부슬 내렸지만 농민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고구마를 심기 위해 팔을 걷었다. 양석용 해남군 고구마대농회 총무(67)는 “가뭄으로 일전에 심은 고구마가 평균 40%가량 말라 죽어 버렸다”며 “적은 비지만 그대로 앉아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 미처 심지 못한 곳에 고구마를 새로 심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전남 신안군 압해읍 숭의리 간척지 논에서는 굴착기가 6∼7m 깊이의 웅덩이를 파고 있었다. 주미자 이장(45)은 “주변에 저수지가 없어 비가 왔을 때 조금이라도 헛되이 흘려버리지 않도록 논바닥에 웅덩이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지역은 물 부족으로 10%가량 모내기를 하지 못했다.

○ 골프장, 농민 물싸움도

한국농어촌공사 해남지사가 15일 해남 파인비치골프장에 화원 신덕저수지 물을 하루 2800t(연간 56만 t)씩 앞으로 3년간 t당 93원에 팔기로 하자 농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해남농민회는 “해남지사가 신덕저수지 저수율이 60% 아래로 떨어졌다며 농업용수를 차단하고 제한 급수로 전환하면서도 전날 골프장에 물을 공급했다”고 주장했다. 해남지사는 “해남군과 신덕저수지의 물을 쓰는 마을 이장들로부터 동의를 받은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충남 서산과 홍성지역 등지에서는 지하수가 말라버려 관정을 파도 물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속출하자 지방자치단체 등이 이전과는 달리 물이 나오지 않아도 관정 굴착 비용을 지불한다. 서산시 관계자는 “본래 관정을 파서 물이 나오지 않으면 비용을 주지 않는 게 원칙이지만 그러면 일을 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다급한 지자체나 농민이 양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재난대비용 설비도 동원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현대아이파크 아파트단지에서는 경비원들이 1주일 전부터 소방호스를 동원해 시들어가는 단지 내 꽃과 식물들을 위한 ‘물 공수 작전’을 펴고 있다. 경비원 김영남 씨(55)는 “고사하는 식물이 자꾸 늘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른 더위와 가뭄이 어획량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호소도 나온다. 전남 영광군 염산면 설도항의 황용민 어촌계 총무는 “5월 중순부터 한 달 반 정도 이어지던 병어 포획기가 올해는 한 달도 못 돼 끝나버려 어획량이 3분의 1로 줄었다”고 말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가뭄 정도에 비해서는 식수난이 미약하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4대강본부 조영대 기술지원센터장은 “4대강 사업으로 수량이 확보돼 있어 강에서 먼 곳은 몰라도 주변 식수난은 없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아산=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해남=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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