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총선 승리 후 박근혜의 지지도는 올라갔고 ‘박근혜 대세론’도 부활했다. 박근혜는 부활한 ‘대세론’을 수성(守城)하려 했다. 먼저 새누리당을 ‘박근혜의 당’으로 만들었다. 새누리당의 대표를 포함해 9명의 최고위원 중 8명이 친박으로 채워졌다. 새누리당은 소속 국회의원의 70% 이상이 친박계로 분류되는 박근혜 일인지배 정당이 됐다. 다음으로, 리더십 모드를 대세론을 탈환하기 위한 유목 리더십에서 대세론을 지키기 위한 수성 리더십으로 바꿨다. 갈수록 박근혜 리더십에는 이동하면서 소통하고, 사후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선제적으로 치고 나가는 유목 리더십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대세론’이라는 ‘마법의 성’에 갇혀 수성에만 몰두하는 ‘얼음 공주’의 모습이 보인다.
경선‘원칙’고수로 권력자 모습 보여
새누리당 내 경쟁자들이 요구하는 ‘완전국민경선제’를 포용하지 않고 고집스럽게 ‘원칙’을 고수하는 박근혜의 모습에서 국민들은 기득권을 지키려는 권력자의 모습을 본다. 2002년 후보 경선 때 이회창에게 규칙 변경을 요구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탈당한 전력이 있는 박근혜가 입장이 바뀌자 ‘원칙’을 내세워 경쟁자들의 요구를 외면함으로써 고집스러운 ‘불통 공주’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기본적인 국가관을 의심받는 사람’은 국회의원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발언은 종북파 의원 제명을 넘어 전직 총리 출신 야당 대표를 포함해 민주통합당 국회의원에 대해서까지 사상을 검증해야 한다는 판사 출신 당대표의 초법치주의적 발언까지 나오게 했다. 그러나 ‘사상검증’ 발언은 선거공학적으로 핵심 지지층을 결속시키는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나 국시인 자유민주주의 기본 질서를 부정하는 것이고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려는 후보가 해서는 안 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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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론 안주해 성공한 후보 없어
대세론에 안주해 성공한 대선후보는 없다. 대세론을 지키려면 대세론에 대한 집착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 수성에 몰두하다가는 경쟁 후보의 공격을 받아 가랑비에 옷 젖듯 낭패를 보고 만다. 대세론은 마녀 왕비가 백설공주에게 준 ‘독이 든 사과’와 같다. 대세론이라는 독이 든 사과를 먹는 순간 대세론은 사라진다. 박근혜는 더이상 성을 쌓고 칸막이를 쳐 대세론을 지키려 하지 말고 성을 헐고 칸막이를 없애 모두에게 개방적이고 모두를 포용하고 소통함으로써 중원을 장악해 대선으로 가는 대로를 열어야 한다. 대선은 6개월이나 남았다. 지중해발 금융위기가 세계를 덮칠 수도 있고 ‘글로벌 분노’가 한국에서도 ‘바꾸자’라는 정권 교체 구호에 불을 붙일 수 있다. 한국 유권자는 지역과 이념으로 고착화된 유권자가 아니라 후보가 제시하는 정책과 미래 비전에 따라 옮겨 다니는 ‘유목형’ 유권자로 갈수록 바뀌고 있다. 어떤 견고한 대세론의 성도 박근혜를 지켜주지 못한다. 대세론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대세론을 버려야 하고 ‘성을 쌓기보다 길을 뚫어 나가는’ 유목 리더십으로 돌아가야 한다.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