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성 탈북시인·뉴포커스 대표
그런데 참으로 기이했다. 그렇게 용감했던 그들이 북핵, 3대 세습, 인권 유린과 같은 상식적인 질문 앞에선 바보가 되니 말이다. 사실 그 대답은 초등학생들도 다 아는 상식 이하의 것들이다. 평소 신념으로 간주했던 북한에 대한 ‘내재적 접근법’ 때문이었다고 변명하는데 어불성설이다. 통일 상대로서 북한 체제를 인정하는 것이 내재적 접근법이라면 북핵, 3대 세습, 인권 유린과 같은 북한에 현존하는 내재적 악습들도 우리가 인정해줘야 하는가. 북한은 백주에 우리 땅을 향해 대포를 쏘는데 우리는 그쪽에 대고 나쁜 것을 나쁘다고 말도 못하는 것이 내재적 접근법인가?
굳이 보수와 진보로 편을 나누자면 북한에서 탈출한 나야말로 대한민국의 진정한 진보주의자다. 왜? 나는 북한의 세습 권력을 증오했고 그들 또한 나를 증오하기 때문이다. 독재권력이 미워한다는 것은 내가 확실히 진보주의자라는 명백한 증거다. 그뿐이 아니다. 나의 진보는 오늘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솔직히 통일된 한반도보다 더 진보한 한국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나는 침체를 모르는 진보주의자다. 북한의 3대 세습 독재를 편들고, 북한 인권을 외면하는 ‘진보’를 경멸하는 양심의 진보주의자다. 어찌 나 하나만이겠는가? 2만4000명의 탈북자 대부분도 그리고 김정은 정권이 하루빨리 끝나기를 기다리는 북한 주민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대한민국 진보는 진보다워야 한다고 본다. 현재 우리 민족 안에 민주주의나 인권이 북한보다 더 절박한 곳이 어디 있겠는가. 땅을 밟지 않고 갈 수 있는 길은 어디에도 없는 법이다. 북한에 대해 긍정도 비판도 과감히 할 줄 아는 이성의 진보, 원칙의 진보, 행동의 진보가 통일의 주역이 돼야 한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 탈북자도 진보주의자라는 사실을 유념해 주기 바란다.
장진성 탈북시인·뉴포커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