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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S교란기술 유출범, 당초 타깃은 ICBM 안테나 시스템

입력 | 2012-06-01 03:00:00

北장거리로켓 발사 성공에 필수… 궤도 정확성 향상 장비 노렸었다
美통제로 막히자 빼돌리기 시도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관련 군사기술을 북한에 넘기려다 적발된 비전향 장기수 출신 대북 사업가 이모 씨(74)가 당초 빼돌리려 한 군사기밀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안테나 성능 테스트 장비인 것으로 31일 알려졌다.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공범인 뉴질랜드 국적의 김모 씨(56)는 방위산업체 출신의 정모 씨에게 “북한 당국이 꼭 필요로 하는 물건인 것 같다”며 안테나 측정기기, NSI(Near-Field System)4.0을 구해달라고 부탁했다.

NSI4.0은 안테나 성능 및 정상작동 여부를 측정하는 장비다. 장거리미사일이 정해진 궤도로 정확히 날아가기 위해선 레이더 및 송수신 안테나의 성능이 중요하다. 안테나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안테나를 통해 정상적으로 데이터가 전송되는지에 대한 실험이 필요한데 NSI4.0은 직접 실험을 하지 않고도 시뮬레이션으로 실험이 가능하게 해 좀 더 안정적이고 정밀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게 해준다. 대부분의 레이더 및 송수신 안테나를 개발하려면 NSI4.0의 안테나 측정기기를 이용한 측정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앞서 NSI4.0 기술을 입수해 정교한 안테나 시스템을 구축하려 했지만 미국의 통제로 구할 수 없게 되자 이 씨를 통해 한국에서 기술을 빼오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09년 북한에 이 기술을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북한이 4월 13일 발사한 은하3호 미사일이 발사 135초 만에 공중에서 폭발한 이유 중 하나로 안테나의 낮은 성능에 따른 원격제어 실패를 꼽고 있다.

이 씨 등은 NSI4.0을 입수하려다 실패하자 같은 해 7월 e메일을 통해 정 씨에게 ‘고공관측레이더 전파탐지기 전파교란기 항공기 시뮬레이터’ 등에 대한 자료를 요구했다. 이에 정 씨는 항공시뮬레이터 자료로 한국 해군의 대잠헬기사업 기종 중 하나인 SH-2G와 관련한 자료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씨 등이 항공·전파 관련 지식이 깊은 정 씨에게 더 많은 자료를 요구하자 정 씨가 2000년대 초 미국 주력 F-117 스텔스 전투기의 전파흡수도료(RAM·Radar Absorbent Material) 자료도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씨는 국내 모 항공사 전파연구소에서 1999년까지 24년간 연구원으로 활동한 항공 전파 분야 전문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4월 28일부터 16일간 수도권에서 계속된 북한의 GPS 교란 공격이 이 씨가 빼돌리려 한 전파교란기 기술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북한이 입수한 전파교란 기술을 테스트하고 그것을 군에 적용하기 위해 테스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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