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는 늘고… 지원예산은 적고… 실적경쟁 과열“논문 많이 내야 주목 받아” 1년에 2, 3편 ‘多作 압박’
학계 일각에선 줄기세포 분야에 쏠린 높은 관심과 과도한 경쟁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줄기세포 분야의 한 연구자는 “과학의 모든 분야에서 경쟁이 치열하지만 줄기세포 분야가 최근 급성장하면서 대학 간, 연구 분야 간, 국가 간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우리나라 생명과학 분야는 다른 과학 분야보다 급성장했지만 연구비는 타 분야에 비해 적은 편이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가 1995년부터 2010년까지 16년간 네이처, 사이언스, 셀 등 세계적인 학술지에 한국 국적으로 등재한 논문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총 297편 중 63%인 187건이 생명과학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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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과제는 많고 연구비는 적은 상황에서 학계에서 주목을 받으려면 과학기술인용색인(SCI)급 유명 학술지에 논문이 실려야만 한다. ‘좋은 논문’을 ‘다작(多作)’하지 않으면 금세 뒤처져 보인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연구비가 상대적으로 풍부한) 의대의 줄기세포 연구자가 관련 논문을 2년에 한 건 정도 내는 데 비해 기초 분야에서는 1년에도 2, 3편을 내는 등 양적인 압박이 있다”며 “이 때문에 실험실에서 나온 자료를 하나하나 다 검증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웠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산업계의 줄기세포 투자 열기도 연구 성과 경쟁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있다. 국과위 고위 관계자는 “유명 저널 게재 논문을 쏟아내는 것이 일종의 ‘연구비 보증서’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연구자들만 탓하기 힘들다”면서 “참고 기다리는 연구개발 문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규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youta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