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 논문의 계절 5월, 본보 기자 ‘논문 대필’ 직접 의뢰해 보니…
○ 글 올리자 이틀 새 4명 “대행 가능”
인터넷 대행 전문 카페에 논문 대행을 의뢰한 결과 이틀 동안 4명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들은 주요 대학을 포함해 숱한 논문을 대행한 경력을 내세우면서 자신의 현재 명함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주기도 했다. 휴대전화 화면 캡처
A 씨는 명문 K대 경영대를 졸업했고 외국 대학 마케팅학 석사와 경영통계 박사를 거쳐 공기업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신원을 증명하기 위해 명함 사진도 찍어 보냈다.
A 씨의 역할은 연구 주제에 따른 설문 설계와 설문항목 구성, 통계 분석이다. 5명이 한 팀. 논문 주제만 설정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진다고 했다. 의뢰인이 두세 번 심사 받고 마지막 프레젠테이션(PT)을 할 때까지 챙겨주는 것을 그는 ‘풀 패키지’라고 불렀다. 풀 패키지는 논문 300쪽 기준으로 1000만 원이다. 절반은 선불로 달라고 했다.
그는 3년간 서울 소재 대학이 아닌 곳의 논문을 맡은 적은 없다고 했다. “명문대 선후배들도 부탁해 와요. 지금은 S대 경영대 일반대학원 박사논문 통계 분석을 하고 있죠.”
대행팀 팀장은 서울대를 졸업하고 서울 소재 대학 경영대에서 강의한다고 했다. 팀장은 의뢰인에게 논문을 건네기 전 ‘최종 검수’를 맡는다.
○ 온라인 통해 작업 뒤 논문 인계
B 씨는 이 팀의 연락책이었다. 매주 요일을 정해놓고 의뢰인과 연락을 주고받은 내용을 팀원들에게 전달해 작업한다. 팀원들끼리도 네이트온 메신저와 카카오톡 대화방을 이용해 작업한다고 했다. 신분 노출을 막기 위해서다. 대행 사실이 적발될 우려는 없을까. B 씨는 자신만만했다.
“한 곳에서만 일해 안전해요. 요청이 들어오면 연락하지 먼저 대행 사실을 광고하지 않아요. 시스템이 갖춰진 상태로 역할을 분담하기 때문에 한 번도 걸린 적이 없어요.”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
▼ 논문 대필 적발되면… 졸업 - 취업 취소, 모두 형사 처벌 ▼
학위논문 대필은 학문적 양심을 파는 범죄 행위다.
논문 대필이 적발되면 학위 수여를 비롯해 졸업과 취업 등이 취소될 뿐만 아니라 대필해준 사람과 대필을 의뢰한 사람 모두 형사처벌을 받는다. 논문 대필은 형법 제137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제314조 업무방해에 해당한다.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죄다.
저작권위원회 소속 표절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남형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설문항목 설계와 결과 분석은 작성자의 독창성이 개입되는 영역이므로, 이를 남에게 맡겨 작성한 논문은 해당 저자의 단독 저술로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표절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10년 6월 학위논문 대필 행태 근절을 위한 연구윤리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지도학생의 논문 대필이 적발됐을 때 지도교수가 도의적 책임을 지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교수를 징계하거나 교수업적평가에 반영하는 학칙과 자체 규정을 두도록 대학 측에 권고한 바 있다.
▶ [채널A 영상] 쏙 들어간 논문표절 공방전…여-야 입 맞췄나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