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은 이미 정치적 분당(分黨) 상태다. 12일의 중앙위원회의 폭력사태에 이어 13일에도 당권파와 비당권파는 극한대립을 계속했다. ‘한 지붕’ 아래 있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 계파별로 나뉘어 설전 벌인 공동대변인단
공동대변인들은 중앙위 파행을 ‘네 탓’으로 돌리며 마치 다른 당 소속인 것처럼 설전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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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유시민 심상정 공동대표는 내내 이번 사태 내내 “분당은 없다”고 강조해 왔지만 당원이 당대표를 폭행한 초유의 사태가 봉합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비당권파가 중앙위 전자회의를 통해 비례대표 사퇴안을 처리하더라도 당권파는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달 말까지만 버티면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는 국회의원이 된다. 이후엔 당이 제적이나 출당을 시키더라도 의원직은 유지된다. 그러나 투표의 민주적 절차에 대해 문제 제기해 온 비당권파로선 이, 김 당선자가 국회의원이 되는 것을 그냥 바라만 보고 있을 수는 없다. 그래서 ‘출당 논의 시작=분당’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내 최대 세력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지지 의사를 철회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통진당의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 지는 이정희, 뜨는 유시민
통진당 내홍이 깊어지고 당권파 측이 갈수록 이성, 합리성을 상실하면서 당권파 측 이정희 공동대표의 추락도 속도를 더해가고 있다. 그는 그간 ‘진보의 아이콘’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4·11총선 때 서울 관악을 후보단일화 경선 과정에서 조작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사흘을 버티다 등 떼밀려 사퇴한 데 이어 이번 부정선거 논란이 발생한 이후 “유죄 증거가 없으면 무죄 추정이 원칙”이라며 부정선거 배후로 지목된 당권파를 옹호하자 “끔찍하다”란 반응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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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비당권파의 선봉에 선 유 대표를 바라보는 정치권과 여론의 시선은 매우 달라졌다. 유 대표는 2003년 4월 개혁당 후보로서 여당이던 새천년민주당과의 연합공천으로 국회에 입성하던 때부터 시작해 열린우리당 시절, 국민참여당 창당과 2010년 6·2지방선거 경기지사 출마, 국민참여당 창당에 이르기까지 항상 논란의 중심에 서며 ‘당내 분란의 원인 제공자’로 불렸다. “그토록 옳은 말도 그토록 싸가지 없이 한다”란 평가가 대표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통진당 사태를 보며 정치권에선 “유시민의 재발견”이란 긍정적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유 대표는 이번 사태에 대해 시종 “민주주의의 원칙과 상식에 어긋났다”고 비판해 왔다. 10일 열린 전국운영위에서는 “애국가 부르는 걸 거부하는 게 그렇게 가치가 있는 것이냐”고 내부 금기처럼 여겨져 온 애국가 문제를 통렬하게 비판했다. 열린우리당 출신의 민주통합당 한 의원은 “유 대표가 자신의 주무기였던 궤변과 독설을 버리고 ‘국민의 눈높이’를 강조하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