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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한줄기 못봐도… 이들에게 불가능은 없습니다

입력 | 2012-05-10 03:00:00

■ 대전방송 음악콩쿠르 대상-성우 활동 안제영군




안제영 군이 지난해 12월 서울맹학교에서 열린 ‘백송예술제’에서 밴드 보컬로 나서 공연하고 있다. 서울맹학교 제공

“저는 태어날 때부터 앞을 전혀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장애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많은 일에 도전했습니다. 도전할수록 그 일에 흥미가 생겼고 낯선 일을 만나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서울맹학교 고등부 2학년인 안제영 군(17)이 10일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서울학생상을 받는다. 선천적인 장애를 뛰어넘는 ‘도전정신’을 높이 평가받은 결과다. 그동안 안 군이 받은 상들은 그가 얼마나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지난해 교내 합주부 활동으로 대전방송(TJB) 주최 음악콩쿠르에서 금상을 받았고 컴퓨터대회에도 참가해 정보기술 도전(IT challenge) 대회 정보검색 부문 1위와 라이온스 대회 속기 부문 2위를 기록했다. 또 전국 장애인학생체육대회에 참가해 ‘골볼’ 종목에선 은메달을 땄고 올 6월 장애인 직업 기능경기대회에선 점역·교정 부문 서울시 2위에 오르기도 했다.

학교생활에도 열심이다. 지난해 교내 안마실기대회와 영어말하기대회에서 2등과 3등을 차지했다.

이런 안 군에게 가장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은 성우로 활동한 경험. 지난해 원고를 낭독하는 연극 ‘낭독극’에 도전해 즐거움을 느끼면서 성우 수업에도 참여하게 됐다.

나아가 안 군에게서 감명을 받은 현직 성우의 도움으로 한 아웃도어용품 브랜드의 라디오 광고 녹음에 직접 참여할 수 있었다. 안 군은 자신이 참여한 이 라디오 광고를 휴대전화 통화연결음(컬러링)으로 쓰고 있다.

안 군은 “생소한 낭독극에 두려움 없이 도전한 경험이 성우 활동으로 이어졌다”며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모르지만 지금의 이 도전들이 언젠가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고 앞으로도 늘 새로운 일을 시도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詩-사진 올려 페이스북 친구만 700명… 김경식씨▼

시각장애인인 김경식 씨가 스마트폰의 ’보이스 오버’ 기능을 이용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아무것도 떠있지 않은 아이폰 화면을 김경식 씨(51)가 몇 번 톡톡 쳤다. 그러자 김 씨의 페이스북 담벼락에 안내견 ‘슬기’의 사진이 올라갔다. 곧이어 아이폰 스피커에서 또박또박한 여성의 말투로 안내음이 흘러나왔다. “페이스북. 담벼락. 최수정 님이 사진을 좋아합니다.”

열한 살 때 시력을 잃은 김 씨가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모습이다.

김 씨에게 유일한 위안은 희망을 담은 시를 쓰고 사진을 찍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가방은 카메라와 노트북, 점자정보단말기와 휴대전화까지 언제나 터질 것처럼 불룩했다. “배낭을 메고 다닐 때면 어깨가 부서질 것 같았죠.”

하지만 지난해 7월 KT의 봉사단체 ‘IT 서포터즈’ 강의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아이폰 ‘보이스 오버’ 기능을 배우고 나서 김 씨의 가방은 훨씬 가벼워졌다.

스마트폰은 피처폰(스마트폰이 아닌 일반 휴대전화)과 달리 ‘보는’ 기능에 집중된 제품이라 시각장애인에겐 무용지물이다. 그러나 텍스트를 음성으로 바꿔 읽어주는 보이스 오버 기능이 들어 있는 스마트폰은 시각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쓸 수 있다.

김 씨가 보이스 오버 기능을 익혀 애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은 페이스북이다. 김 씨의 페이스북에는 그가 시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전혀 알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글과 사진이 올라와 있다. 아이폰의 메모 기능을 활용해 틈틈이 정리한 시와 안내견 사진이 인기를 얻으면서 페이스북 시작 6개월 만에 친구 700명이 생겼다. 지인들과 카카오톡을 주고받고 시와 사진을 e메일로 보내기도 한다.

김 씨는 “세상과 단절돼 있다고 생각했는데 스마트폰을 배우니 많은 사람과 연결된 기분이다. 스마트폰 이용법을 배우는 시각장애인이 더 많아져 ‘페친’(페이스북 친구)이 됐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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