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송이 35원꼴 수입해 시중서 3000원에 판매원산지 표시 거의 안지켜
“5월이면 중국산 카네이션이 많이 들어오는데 손님들이 국산인지 아닌지 관심이 없어요. 그러니 중국산을 값비싼 국산으로 둔갑시켜 팔아도 알 수가 없지요.”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43·여)는 도매상에서 떼어 온 카네이션을 정리하느라 분주했다. 가게 한쪽에는 특수를 맞은 붉은 카네이션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하지만 가게 어디에도 카네이션 원산지를 알리는 팻말은 없었다. 화분이나 카네이션 송이에 원산지를 표시한 스티커도 없었다.
정부가 중국산 카네이션이 국산으로 둔갑해 팔리는 것을 막기 위해 원산지 표기를 하지 않는 꽃집 단속에 나섰지만 시중에는 원산지 표기가 없는 중국산이 넘쳐났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원산지 단속반원 400명을 투입하고 명예감시단도 만들었지만 노점상까지 단속하는 건 벅찬 실정이다. 지난해에는 적발 건수가 71건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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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상인들은 중국산을 수입가격보다 최대 85배나 비싼 가격에 팔고 있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산 카네이션 1속(20송이)의 평균 수입가격은 약 700원으로 한 송이에 35원에 불과했지만 시중에서는 2000∼3000원에 팔리고 있었다. 수입량도 해마다 늘어 2009년 156t이던 중국산 카네이션 수입량은 지난해 273t까지 증가했다.
일부 상인들의 얌체 상술에 피해는 품질이 떨어지는 중국산 카네이션을 사야 하는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국산 카네이션이 구입 후 평균 1주일 후 시드는 것과 달리 중국산은 평균 3, 4일 만에 시들어 버린다.
국내 화훼농가도 중국산 카네이션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경남 김해에서 카네이션을 재배하고 있는 김명구 씨(47)는 “올해는 유가도 올라 수지타산이 안 맞는데 해마다 국산 수요가 줄어 경영난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