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부업자가 말하는 ‘사금융’
“수십 년간 이 바닥에서 구른 ‘스승’에게 현장 노하우를 전수받은 사채업자를 어느 채무자가 피해가겠습니까.”
29일 사채업자 A 씨(34)는 동아일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불법 사금융 업계의 도제 시스템이 불법 업자를 양산한다고 설명했다. A 씨 역시 30세에 미등록 사채업자로 발을 들여 스승에게서 노하우를 전수받은 뒤 지난해 정식 대부업자로 등록해 제자를 키우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금도 여전히 법정이자율(연 39%)이 넘는 이자를 받으며 불법 영업을 하고 있었다.
A 씨에 따르면 불법 사채업자 다수는 ‘제자’를 데리고 다니며 도제식으로 현장 실무를 가르친다. ‘스승’은 ‘제자’에게 사람을 상대하는 법, 돈을 잘 갚을 사람을 알아보는 법, 생활정보지 등을 통해 티 안 나게 광고하는 법, 각종 이자 계산법 등을 일 대 일로 밀착해 가르친다.
A 씨는 “사채업자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3000만∼5000만 원의 목돈을 가지고 사채업 진출을 준비하다 교육이 끝나면 ‘지능적인 사채업자’로 변신해 독립한다”며 “월급에 만족하지 못하는 직장인들도 회사를 다니다가 이런 방식으로 사채업 창업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법정 이자율을 초과해 돈을 받는 것은 ‘현명한 일’이라고도 교육한다. 불법 업자들은 늘 형사처벌을 받거나 단속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돈을 빌려주는 만큼 불안감과 위험을 이자로 계산해 이자를 더 많이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대부업자로 정식 등록한 이후에도 관련 교육이 부실해 관행대로 불법을 저지른다고 했다. 대부업 등록 절차는 사무실 임대차계약서를 쓰고 지자체에 등록을 한 다음 지자체를 통해 관련 법률 교육을 8시간가량 받으면 끝이다.
그는 “지난해 교육시간에는 다들 엎드려 자고 있었다”며 “교육이 부실하다 보니 등록 여부와 상관없이 어떻게든 이자를 더 받아내려고 불법을 저지르게 된다”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