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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카이라이, 영국인 독살 지켜보고 있었다”

입력 | 2012-04-26 03:00:00

英紙, 왕리쥔 폭로내용 보도 “청산가리 물 강제로 먹이고 뱉어내자 더 많이 우겨넣어”




중국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 시 서기의 부인 구카이라이(谷開來) 씨가 영국인 사업가 닐 헤이우드 씨가 독살당할 때 현장에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영국 데일리텔레그래프는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 시 공안국장이 2월 6일 청두(成都)의 미국 총영사관에 들어가 망명을 시도하면서 미 외교관들에게 이 같은 내용을 폭로했다고 24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구 씨는 작년 11월 충칭의 한 호텔에서 부하들을 시켜 헤이우드 씨의 입에 강제로 청산가리(시안화칼륨)를 탄 물을 집에 넣었다. 헤이우드 씨가 이를 뱉어내자 구 씨 측은 다시 더 많은 양을 입에 우겨넣어 결국 사망하게 만들었다는 것. 이와 관련해 영국 더 타임스는 “남자들이 헤이우드 씨가 움직이지 못하게 바닥에 눕힌 뒤 목을 눌러 기도를 연 후 청산가리를 부었다”고 전했다. 미국의 한 외교 소식통은 “(당시 상황을) 들어보니 정말 으스스했다”고 말했다. 왕리쥔 국장이 이처럼 헤이우드 씨 독살 당시의 정황을 생생하게 재구성할 수 있었던 것은 공안국이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호텔 객실 바닥에 남아 있던 청산가리 샘플을 채취했기 때문이다. 이 샘플은 헤이우드 씨가 뱉은 것이다.

한때 연인이었던 남자를 눈앞에서 독살하는 잔혹한 실체와 달리 구 씨는 자신이 직접 쓴 책에서는 스스로를 정의와 법치 구현을 위해 헌신하는 변호사로 묘사하고 있다. 그는 1998년 ‘미국에서의 승소(勝訴在美國)’라는 책에서 “중국의 의뢰인들은 소송을 맡긴 변호사에게 판사를 식사자리에 초대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지 못하면 무능력한 것처럼 평가한다”고 비판하며 법치 확립을 주장했다. 또 그는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무죄 판결을 받은 전 미식축구 스타 O J 심슨의 사례를 거론하며 “미국의 법치가 한계에 달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25일 정치적 위기에 몰렸다는 소문이 도는 저우융캉(周永康)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전날 공개석상에서 한 발언을 자세히 전했다. 그가 건재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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