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출간
책에서 샌델 교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경제에 대한 개혁 논의가 이뤄졌지만, 주로 시장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규제할 것인지에만 집중했다”며 “하지만 이젠 시장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시장이 우리의 삶과 사고방식, 도덕적 공동체적 가치를 훼손하고 변절시킨다면, ‘효율성’이라는 미명하에 이를 더는 허용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수십 년 동안 전 세계가 ‘시장경제’에서 ‘시장사회(market society)’로 옮겨갔다. 과거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던 영역까지도 돈과 시장이 개입되면서 그 가치가 변질됐다”고 진단했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의 한 어린이집은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오는 부모가 많아지자 벌금제도를 도입했는데, 이후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오는 부모가 오히려 늘었다.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올 때 느꼈던 죄책감이 요금을 지불하고 누릴 수 있는 ‘서비스’로 변질됐다는 것. 또 아이가 책을 읽을 때 상으로 돈을 주면 단기적으로 아이의 독서량은 늘어나지만 아이는 독서를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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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델 교수는 올 봄학기부터 하버드대에서 새 책의 내용을 토대로 ‘시장과 도덕’을 강의하고 있다. 올 1월 18일에는 본보와 채널A,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기획한 공개 특강 ‘공생발전과 정의’를 통해 시장 지상주의의 한계를 지적한 바 있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