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준 산업부 차장
회사 이름을 ‘테콧’으로 바꾸고 ‘섬상’(삼성전자를 지칭)을 따라잡기 위해 절치부심하는 시마 사장의 말은 일본인들이 한국 산업계를 대하는 태도와 상당부분 일치한다. ‘시마 시리즈’의 저자 히로카네 겐시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유럽연합(EU), 미국과 잇달아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며 글로벌 시장 개척에 나서는 것을 거론하며 “한국은 정치적으로도 밀어붙이는 힘이 있어 부럽다”고 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미 여러 해 전부터 한국 기업의 활약을 대서특필하고 있다. 우리의 전국경제인연합회 격인 일본 경제단체연합회 부설 21세기 정책연구소 모리타 도미지로 소장은 최근 ‘2030년대부터 일본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한국에 역전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해 충격을 던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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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본인들의 한국 치켜세우기에 즐거워만 하기에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일본 쓰쿠바대 부교수와 경제산업성 연구위원을 지낸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올해 한국의 총선 직전 삼성 사장단협의회에 강사로 나서 일본의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킨 요인으로 ‘6중고(重苦)’를 들었다. 높은 법인세, 과도한 노동규제, FTA 체결 지연, 전력수급 불안, 엔고(高), 자연재해를 말한다. 그는 이어 “이 6중고 가운데 엔고와 자연재해를 뺀 4가지를 한국이 답습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한국도 기업을 옥죄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이 4가지 고통은 이번 총선기간 중 정치권이 내놓은 재벌세, 휴일 근무의 연장근로 포함, FTA 재협상, 원전반대 공약과 놀라우리만치 일치한다. 총선은 끝났지만 이어지는 대선 정국에서 정치인들의 ‘기업 하기 나쁜 나라’ 만들기가 극성을 부리지 않을까 걱정된다.
시마 사장의 산파인 히로카네는 “일본이 한국에 자리를 내준 것처럼 한국도 중국에 밀려날 수밖에 없다. 한국은 일본 사례를 꼼꼼히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만화 속의 시마가 앞으로 회장이 된 뒤 섬상이나 PG(작품 속 LG) 대신 중국의 하이얼과 레노보를 주목하는 날이 올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과연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정경준 산업부 차장 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