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공약 없는 선거는 처음입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4·11 총선 내내 여야의 부동산 관련 공약을 지켜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봄 이사철이 무색할 만큼 거래가 끊어지고 주택가격도 하락하고 있지만 거래활성화 공약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기 때문이다.
과거 부동산 공약은 늘 선거판의 뜨거운 감자였다. 2004년 17대 총선 당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2008년 18대 총선의 ‘뉴타운 개발 추진’ 등이 논란이 되면서 선거기간 표심을 달궜다.
새 국회가 꾸려지면 지난 국회에서 마무리 짓지 못했던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 부동산 쟁점 사항들을 다시 논의해야 하지만 크게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새 국회 초반 여야의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질 개연성이 크고, 대선을 앞두고 논란이 될만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결정할 가능성도 적기 때문이다.
오히려 새 국회에서 여야가 한목소리로 외치는 정책이 현실화될까 벌써부터 불안하다.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면 수급 불안을 야기해 전월세 가격만 폭등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임대주택확대 공약에도 구체적인 재원마련 계획은 쏙 빠져있다.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의 불씨를 살리는 데 정치권이 손을 놓고 있자 시장의 관심은 정부로 쏠리고 있다. 총선 전까지 눈치를 보며 바짝 엎드려있던 정부가 이제 뭔가 내놓지 않겠느냐는 기대다. 정부는 지난해 거래활성화 대책을 6차례나 내놨지만 올해는 시장을 지켜보기만 하고 있다.
일단 정부가 조만간 수도권 부동산 거래활성화 대책을 추가로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달 9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택가격이 안정된 것은 대환영이지만 거래 자체가 너무 얼어붙은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는 가격은 안 올라가고 거래는 활성화될 수 있는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영 경제부 기자
‘말의 성찬’인 총선은 끝났다. 이제는 표심이 아니라 경제정책의 입장에서 부동산 시장을 다시 꼼꼼히 들여다보고 정책의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힘을 합쳐 일관된 목소리를 내 시장을 안심시켜야 한다. 공은 다시 과천으로 넘어왔다.
김재영 경제부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