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앞에서 한 달째 시위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앞에서 탈북했다가 북송됐던 경험이 있는 정미옥(가명·왼쪽) 씨와 김미경(가명) 씨가 탈북자 북송 중지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정문. 먹구름이 낀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정문 양쪽에 피켓을 들고 서 있는 정미옥(가명·43) 씨와 김미경(가명·53) 씨는 움직이지 않았다. 두 사람이 든 피켓에는 절절한 호소가 적혀 있었다.
‘언니가 2001년 16호 정치수용소에 들어가 있습니다. 북송은 절대 안돼요.’ ‘2007년에 나는 중국에서 북송돼 간경화 복수를 앓고 있는 사람입니다. 북송은 절대 안 됩니다.’
두 사람의 기억에는 북송 당시 자신이 직접 경험한 참상이 여전히 생생하다. 김 씨는 1998년 언니 가족과 함께 탈북했다가 2001년 북송됐다. 김 씨는 탈북자들을 가둬놓는 집결소에 갇혀 있다가 풀려나 2003년 다시 두만강을 건넜다. 정 씨는 1998년과 2007년 두 차례 탈북, 북송을 경험했다. 2007년에는 어린 딸이 보는 앞에서 중국 공안에 붙잡혀 북송됐었다.
“탈북자들이 공안이나 북한 보위부에 붙잡히면 집결소로 보내집니다. 바퀴벌레와 빈대가 득실거려 전염병에 걸리기 일쑤죠. 감방마다 폐쇄회로(CC)TV가 있어 입도 벙긋 못합니다. 늘 구둣발에 걷어차이고 모욕적인 말을 들어야 합니다.”(정 씨)
“그나마 집결소에 갇힌 사람들은 낫죠. 풀려날 희망이 있으니까요. 한국에 가려 했다고 찍힌 탈북자들은 정치범 수용소로 무조건 끌려갑니다.”(김 씨)
정문 돌담 틈에 피어 있는 민들레꽃을 한참동안 바라보던 김 씨는 “북한에도 봄이 왔을 텐데…. 언니 생각이 난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