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현 사회부
A 씨는 당일 오후 10시까지 수원 영통에 있는 회사에서 일한 뒤 시내버스를 타고 집에서 1km 떨어진 곳에서 내렸다. 보통 마을버스를 타고 집까지 가는데, 이날은 일요일이어서 10시에 마을버스가 끊긴 뒤였다. A 씨가 숨진 곳은 골목길 안쪽이 아니라 인도가 있는 왕복 2차로 도로변이었다. 방범용 폐쇄회로(CC)TV도 50m 떨어진 곳에 있었다. 가로등도 있었다. 그러나 인적이 끊기는 주말 저녁이면 이곳도 골목 안보다 나을 것이 없다는 게 주민들의 얘기다. 사정이 이런데도 마을버스가 좀 더 늦은 시간까지 다닐 순 없었던 걸까? 행정책임자들은 이런 현실과 주민들의 애환을 귀담아들어 보기나 했을까?
탐문에 나섰던 경찰들은 “신분증을 보여주고 열어달라고 했는데도 안 열어주는데 참 어렵습니다”라고 하소연했다. 기자와 다르지 않은 한국의 평범한 이웃 주민들이 거기에도 살고 있었던 것이다. 한 주민은 범인이 A 씨를 끌고 가는 것을 보고 “부부싸움을 하는 줄 알았다”며 수수방관했다. 결정적 제보를 한 이웃 상점 주인도 “어젯밤에 남녀가 싸우는 소리를 들었다”고 뒤늦게 경찰이 찾아온 뒤에야 이 사실을 알렸다. 이들 외에도 범행 현장 이웃 주민 가운데 뒤늦게 마음속으로 “아, 그때 신고라도 해볼걸” 하고 후회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경찰이 신속한 범죄 대응을 위해 소방서처럼 신고자 동의 없이 실시간 위치추적이 가능하도록 한 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마냥 계류 중이다. 생명을 구하겠다는데 인권만 운운하며 별 관심이 없다. 보완책을 마련하면 될 일인데 말이다.
A 씨의 죽음은 현재 한국에서 사는 우리 모두가 반성해야만 할 엄정한 현실이자 비극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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