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면세점업계 첫 여성점장 된 롯데 원정숙-이선화 씨
면세점업계 사상 최초의 여성 점장이 된 롯데면세점 원정숙 김포점장(오른쪽)과 이선화 제주점장은 “소비자가 말하지 않는 세심한 욕구까지 읽어내야 하는 면세점은 여성의 강점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직장”이라고 말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롯데면세점 원정숙 김포점장과 이선화 제주점장은 면세점업계 최초의 여성 점장이 된 소감을 묻자 이같이 말했다. 두 사람은 모두 롯데면세점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데다 나이도 동갑(45세)이어서 사내에서는 유명한 라이벌이다. 이들은 롯데면세점의 전국 점포 중에서도 업계 라이벌인 신라면세점과의 경쟁이 가장 치열한 김포점과 제주점을 각각 맡아 또다시 ‘일합’을 겨루게 됐다.
원 점장은 잠실점이 한류 마케팅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이다. 그가 잠실점에 근무하던 2003년은 드라마 ‘겨울연가’의 영향으로 일본인 관광객이 몰려들기 시작하던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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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점장이 맡은 김포점은 지난해 5월 신라면세점이 입점하면서 양대 면세점 업체의 자존심 대결이 치열한 곳이다. 원 점장은 이곳에서 롯데가 독점판매권을 쥐고 있는 주류와 담배 매장의 면적을 줄이고 우리나라 식품의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매장을 재편하고 있다. 그는 “김포공항을 드나드는 28개 국제선 노선 중 20개가 일본 하네다 공항과 연결돼 있는 점에 착안해 일본인 관광객이 원하는 상품을 늘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어와 영어가 유창한 이 점장은 올해 2월 문을 연 롯데면세점의 해외 첫 점포인 인도네시아 수카르노하타 공항점의 개장에 참여했다. 그는 여성 특유의 꼼꼼함으로 매장 오픈 준비과정을 구석구석 챙겼다. 매장 주변에 손님이 있는데도 바닥에 주저앉아 과자를 먹고, 스타킹 가격이 비싸다고 구멍 난 스타킹을 신고 다니는 현지 직원들을 위해 이 점장은 직원 휴게실을 만들어주고 국산 스타킹도 제공했다.
이 점장은 사내에서 ‘아이디어 뱅크’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평소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우수 사원에게 스마일 배지를 달아준 일이나 고객이 주목하는 장소인 계산대 결제창에 광고를 싣기 시작한 일은 모두 이 점장의 아이디어였다. 아르바이트를 하다 정직원으로 재입사한 독특한 이력의 이 점장은 사내 비정규직 직원들에게는 ‘롤 모델’이다.
이 점장은 롯데가 국내에서 유일하게 시장점유율에서 밀리는 제주점의 ‘판세’를 뒤집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그는 “시장점유율 열세는 제주시에 위치한 신라면세점이 서귀포시에 있는 우리 점포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요 관광지나 공항과 가깝기 때문”이라며 “제주공항 근처에 문을 여는 롯데시티호텔제주에 시내면세점 개점을 추진하고 주요 관광지와 연계한 마케팅을 벌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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