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재형 서강대 경영대학장
사회에 질서가 없어진 지는 이미 오래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가보면 이를 보고 느낄 수 있다. 벌건 얼굴로 무리지어 차도를 무단 횡단하고, 공공장소를 점거해 교통체증을 유발하고, 확성기로 악을 써가며 다른 이들을 피곤하게 한다면 그들이 주장하는 숭고한 뜻이 과연 제대로 전달되겠는가. 공권력은 시민의 안녕과 사회질서를 위한 보루다. 이런 공권력이 권위가 없어지고, 우스개 소재가 된 지 오래다. 공권력이 권위를 잃은 이유는 과거 민주화 이전 정권들의 정통성 문제에서 비롯됐다. 국민에 의해 수립된 정권이 아니었기에 정권의 공권력이 희화화되고, 오히려 공권력에 저항하는 것이 민주화를 위한 노력으로 인정되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세월이 많이 흘렀다. 국민의 손으로 정권을 만든 것이 이번이 벌써 5번째이고, 그 5번째 정권도 이제 마지막 한 해를 남겨놓고 있다. 소위 민주화라는 것을 실험한 지도 사반세기가 지나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 시간으로는 아직 부족한 것일까? 우리에게 성숙한 시민의식을 기대하는 것은 아직 사치인가? 우리의 민주주의 역사가 일천하여 더 기다려야 하는가? 왜 세계가 놀랄 만한 경제 기적은 이루었으면서 품격 있는 민주시민사회로의 전이는 요원한 것인가. 아직도 현재를 옛날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분노, 투쟁, 쟁취, 선동, 거짓, 뻔뻔함을 무기로 삼아 자신들의 욕심, 욕망, 이기심, 무례함, 무식을 포장하는 무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혹세무민(惑世誣民)하는 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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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어른들의 책임이 참 크다. 특히 유권자인 성인을 대의(代議)하는 정치인들의 책임이 크다. 정치인들이여, 다음의 말을 기억하라. “정치인이 반드시 해야 할 가장 용기 있는 결정 중 하나는 자신의 유권자들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들의 이익에 가장 잘 부합하는 정책을 고안하여 실천하는 것이다.” 요즘 같은 선거철에는 정치인들에게 포퓰리즘처럼 달콤한 유혹이자 무서운 병도 없다.
민재형 서강대 경영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