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샌드위치로 점심 때워
“코스 요리에 와인을 곁들인 오찬은 이제 신화나 마찬가지다.”
애피타이저에서부터 디저트까지 세 가지로 구성되는 완벽한 코스 요리, 붉은 와인을 곁들여 맛보는 데 최소 2시간에서 최장 4시간…. 프랑스 점심식사 하면 떠오르는 통상적인 이미지다.
하지만 음식문화로는 최초로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까지 지정된 프랑스 가스트로노미(미식)가 빠른 속도로 패스트푸드에 밀려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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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중심가에서 비스트로를 운영하고 있는 셰프 오티스 레베르 씨는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샌드위치를 들고 야외에서 간단히 점심을 때우려 한다”고 한탄했다.
프랑스인들은 지금까지 모든 음식을 한꺼번에 맛보는 샌드위치를 천박한 음식으로 여겼지만 파리 시내 곳곳의 미국식 샌드위치 체인점 ‘서브웨이’에는 점심 때마다 길게 줄이 늘어선다.
음식평론가 프랑크 피네라바루 씨는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제공되는 식사 중 15% 이하만이 전통을 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BBC는 프랑스인들이 샌드위치를 먹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고민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경제 위기가 직장인들을 “더 빨리 더 값싸게 먹고 일하라”는 분위기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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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비록 샌드위치를 먹어도 프랑스인들은 미식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는 반론도 있다.
한 시민은 “우리는 패스트푸드 샌드위치를 먹어도 정해진 식사시간에만 가며, 재료를 엄선해 프렌치 가스트로노미를 살린 프랑스식 샌드위치로 새롭게 탄생시킨다”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