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열 경제부 기자
서울의 한 시중은행 지점에서 근무하는 한 행원은 “외국인 근로자 고객이 많은데 의사소통에 애를 먹을 때가 많다”며 이처럼 푸념했다. 국내 체류 외국인이 100만 명에 육박하면서 일선 지점 현장에도 외국인 고객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베트남과 네팔 등 국내 전공자가 거의 없는 언어를 구사하는 고객 응대가 문제였다. 해외 송금 등 간단한 업무는 그럭저럭 처리할 수 있지만 펀드, 적금 등 금융상품을 설명하고 판매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이러다 보니 베트남이나 네팔 출신 외국인들은 ‘고객’이라기보다는 ‘귀찮은 손님’이었다. 이들도 한국계 은행에서는 송금이나 간단한 예금만 하고 큰돈은 외국계 은행이나 본국의 은행에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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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26일자 B1면 기업銀, 시중은행 첫 다문화인력 공채
결혼이주민 채용은 ‘한 마리 토끼’를 더 잡을 수 있다. 이들은 국내 금융회사가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는 해외 진출의 초석이 될 수 있다. 전자, 자동차 등 수출 효자 종목들과는 달리 국내 금융회사들의 해외 진출은 미미한 편이다. 세계 유수의 금융회사와 비교하면 국내 금융회사들의 세계화 수준은 ‘우물 안 개구리’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행히 최근 4대 금융그룹을 중심으로 해외 금융회사에 대한 인수합병(M&A)이 잇따라 추진되면서 해외 진출이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보수적이고 순혈주의가 강한 은행 조직에 결혼이주민 등 외국인들이 유입된다면 직원들의 글로벌 마인드는 더욱 쉽게 함양될 것이다.
해외로 직접 나가는 것도 좋지만 이미 우리 사회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외국인들과 먼저 소통하는 것이 은행의 글로벌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은행을 시작으로 은행권에 ‘다문화 행원 채용 바람’이 불기를 기대해 본다. 우리 곁에는 이미 외국인 100만 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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