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표는 1993년 서태지와 아이들 콘서트를 시작으로 20년째 서태지 옆자리를 지켜온, 말 그대로 최측근이다. 올백 머리를 하고 짙은 눈썹 아래 동그란 눈을 빛내는 그는 작은 카페 안에서 금방 눈에 띄었다.
"스키드 로 같은 해외 록밴드를 좋아하다 1992년에 (서)태지 씨를 TV에서 보자마자 '광팬'이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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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공식 일정마다 서태지의 바로 옆자리에 앉아 움직였다. "아무도 안 믿었으니까요. 경호의 제일원칙이 '서태지를 제외한 모든 사람을 의심하라'였어요." 서태지 관련 일정이라면 직원들에게조차 당일에야 내용을 알렸다.
김 대표가 꼽은 일생일대의 임무는 2000년 서태지 컴백 현장 경호. 김포공항 제1청사는 수천 명의 팬과 취재진으로 가득 찼고, 서태지가 '탈출'할 틈은 없어 보였다. 김 대표는 공항 직원용 주차장 쪽 출구를 비밀 퇴로로 확보했다. 접선 장소도 2안, 3안으로 여러 곳을 뒀다. 천신만고 끝에 빠져나온 서태지는 눈에 띄지 않도록 준비된 허름한 소나타 차량에 올라 공항을 빠져나왔다. 4년 만에 재회한 서태지의 첫 인사는 "오늘도 고생이시네요, 실장님." 김 대표의 머릿속에는 1996년 서태지와 아이들 은퇴 기자회견의 기억이 겹쳐졌다. 회견 뒤 취재진과 팬들을 따돌린 서태지가 자주색 밴 안에서 조용히 고개를 숙이던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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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서태지를 '친구, 동생, 은인이자 나의 스승'이라고 했다. "태지 씨의 걸음 폭과 속도로 어떤 동선이 몇 분 몇 초 만에 주파되느냐를 계산하고, 3안까지 마련한 퇴로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는 이동 직전에 결정해야 했죠. 그런 경험 덕에 지구상의 누구든 경호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노하우가 생겼어요."
그는 서태지 경호를 시작으로 HOT, 동방신기, 신승훈, 슈퍼주니어, 이승환, 에릭 클랩턴, 메릴린 맨슨, 메탈리카, 빌 클린턴, 존 F. 케네디 주니어, 국가대표 축구팀 등 숱한 국내외 스타와 대형 이벤트의 경호를 맡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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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윤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