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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길 명품 길] 곽호빈 디자이너의 서울 이태원 로데오 거리

입력 | 2012-03-23 03:00:00

“걷다보면 북유럽풍 멋을 걸치게 되는 길 아세요”




21일 오후 곽호빈 디자이너가 이태원 로데오 거리에 섰다. 그는 “도시 뒷골목을 걷는 재미를 느끼며 개성 있는 소품을 구입할 수 있는 거리”라고 소개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서울 이태원 로데오 거리는 이태원시장 옆길로 들어가 녹사평대로 32길과 보광로 59길이 만나는 지점에서 시작된다. 이태원역 4번 출구까지 이어지는 240m가량의 길. 원래 오래된 주택이 밀집해 차 한 대 지나가기도 힘든 너비 2∼3m의 좁은 골목이었다. 이 때문에 용산구는 2010년 5월 너비를 8m까지 넓힌 소방도로를 만들었다. 이 길에 옷가게가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했다. 꽃샘추위 속에 모처럼 햇살이 따스했던 21일 오후. 무한도전 200회 특집에 등장해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색깔 양복을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한 곽호빈 디자이너와 함께 걸어 봤다.

곽 씨는 이태원에서 남성 슈트 맞춤집인 ‘테일러블’(한남동 684번지)을 운영한다. 집과 일터가 모두 이태원에 있고 ‘이태원 주민일기’라는 책을 펴낼 정도로 동네에 애착을 가진 그가 ‘콕’ 집어 추천한 길이 바로 이태원 로데오 거리. 이제 막 자라나기 시작한 길이다. 곽 씨는 “유명 브랜드 편집 매장이 즐비한 강남 로데오와 달리 북유럽 디자이너처럼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신발과 옷을 찾아볼 수 있는 게 이태원 로데오 거리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 개성을 파는 가게 많아

‘크리스탈렌’은 달퀸, 루키버드, 맥 제이처럼 최근 뜨는 디자이너 브랜드를 모아 놓은 편집 매장이다. 깔끔한 정장을 입었지만 가방과 신발로 개성을 드러내고 싶다면 들러볼 만하다.

주택을 개조해 간판도 달지 않은 하얀 집은 ‘히든 어드레스’. 지하는 와인, 1층은 커피를 판다. 2층은 빈티지 옷이 가득하다. 1930년대에 만든 옷도 볼 수 있다. 누가 들 수 있을까 싶은 독특한 소품도 있다.

‘수 바이 얄린’은 특수가죽 전문가게다. 타조 아나콘다 악어 가죽으로 만든 가방과 지갑을 만날 수 있다. 소나 양의 가죽보다 질기고 색상도 다양하다.

아기자기한 가게들 안에 걸린 옷은 이태원 큰길에서 파는 명품 카피 옷처럼 흔하지도 않고 한남동의 고급브랜드 매장처럼 부담스럽지도 않다. 곽 씨는 “연인과 이 길을 걸으며 데이트하다가 기분이 좋아 살 만한 소품이나 옷”이라고 설명했다.

○ 세련된 오피스룩도 가능


직장인이 차려입기 좋은 곳도 많다. ‘드레스 코드’는 옷을 좋아하던 황세원 사장이 직접 나서 가게를 차린 경우. 명품을 사기는 부담스럽고 보세 옷은 눈에 들지 않는다면 가볼 만하다.

이태원 장인들이 한 땀 한 땀 만드는 남성 슈트 맞춤집도 구석구석 자리하고 있다. 임대료가 싸다 보니 신진 디자이너가 가게를 열거나, 이태원 큰길에서 이사 오기도 했다. ‘143 E. NAPOLI’, ‘블루핏’, ‘샤펜’이 그런 집들. 백화점 매장을 도는 대신 치수를 재고 옷감을 고르는 데 1시간만 쓴다면 내 몸에 딱 맞는 슈트를 입을 수 있다.

식당은 쇼핑할 시간을 쪼개서 간단히 먹기 좋은 곳이 많다. 중국식 만두를 파는 ‘쟈니 덤블링’, 멕시코 타코를 파는 ‘어반 타코’는 점심시간이면 줄을 서는 집. 퓨전 한식을 먹을 수 있는 ‘노블따블’과 전라도 가정식으로 입맛을 돋우는 ‘샘골’같이 이태원에서 찾기 힘든 한식집도 있다.

‘12Grow’는 낮에는 커피, 밤에는 와인을 파는 곳. 2만, 3만 원대의 저렴한 와인도 구비해 부담 없이 와인을 즐길 수 있다. ‘제이아르 펍(JR.Pub)’은 주말이면 외국인 사랑방이 된다. 약속을 잡고 가는 곳이 아니라 가면 약속이 생기는 곳이라고. 동네 사람들이 서서 술 마시며 다트와 당구를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