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FnC, 재활용 브랜드 ‘래코드’ 국내 첫 실험소각보다 더 들고 가격 비싸지만 소비자 반응 주목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한 ‘천덕꾸러기’ 옷들이 새 옷으로 변신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부문은 21일 “기존에 소각하던 재고를 활용한 새 브랜드 래코드로 ‘착한 소비’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고 밝혔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제공
한경애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이사는 “세상에 나온 지 3년 동안 안 팔리는 옷들은 브랜드 이미지 관리를 위해 불태워 없앨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아무도 입지 않은 새옷이지만 브랜드 이미지 때문에 소각되는 옷과 가방 등은 대기업이나 명품업체 할 것 없이 상당한 물량이다. 코오롱 FnC부문에서만 연간 40억 원어치(정상 소비자가격 기준)를 소각할 정도다.
한 이사는 “태워버려야 하는 재고를 어떻게 하면 사회적으로 의미 있게 활용할까 고민하다가 재고를 완전히 새롭게 다시 디자인해 만드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며 “옷의 원단을 뜯어 다시 디자인한 뒤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의 전 과정을 재능기부 등 사회공헌활동과 연계시킬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드는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재고 옷을 일일이 해체해 원단처럼 만드는 작업은 지적장애인 단체인 ‘굿윌 스토어’가 맡기로 했다. 제품의 디자인은 독립 디자이너들이 맡았다. 한 이사는 “조각조각 쪼개진 원단으로 새 옷을 만들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유능한 디자이너들을 참여시키려 했다”고 말했다. 코오롱 FnC부문은 이 같은 ‘착한 소비’ 바람을 영국에서 일으킨 ‘정키 스타일’과도 교류하며 다양한 스타일을 선보일 예정이다.
사실 재활용해 나오는 옷이지만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결코 싸지 않다. 아우터류는 50만∼70만 원 선이다. 행사장에서 눈에 띈 재킷은 ‘마크 제이콥스’의 원단과, ‘시리즈’의 가죽재킷 원단을 섞어 만들어 100만 원이 넘었다. 소각하는 것보다 오히려 돈은 더 많이 들어가고, 소비자들의 호응도 아직 미지수인 상황이다.
한 이사는 “패션의 사회적 참여에 가장 큰 의의를 두고 있다”며 “하이브리드 카를 선택하는 등 소비자들이 윤리적 소비에 관심이 많아지기 때문에 각각 ‘사연’이 담긴 옷을 가치 있게 여겨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래코드는 4월에 팝업스토어(임시매장)를 오픈하고, 편집매장(여러 브랜드를 모아 파는 곳)에 입점한 뒤 연내 단독 매장을 낼 예정이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