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해품달’ 진수완 작가 e메일 인터뷰“원작의 묵향 지우고… 한계 부숴 내는 젊은 왕 살리려 노력”
전국 최고 시청률 41.3%(AGB닐슨미디어리서치 자료)를 기록한 MBC 수목드라마 ‘해를 품은 달’이 15일 종영됐다. 이 작품의 원작인 정은궐의 동명 소설은 로맨스 위주의 정적인 작품이었지만 드라마는 원작과 달리 역동적인 이야기와 현대적인 감각을 입혀 픽션 사극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해품달’ 극본을 쓴 진수완 작가(42·사진)를 종영을 앞둔 14일 e메일로 만났다. 그는 KBS2 ‘학교’(1999년) ‘경성스캔들’(2007년)을 썼다.
―원작을 만난 계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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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과 어떻게 차별화했나.
“개연성, 대중성, 캐릭터, 이야기의 힘. 네 가지가 목표였다. 원작의 잔잔함과 묵향(墨香) 같은 내음은 포기했다. 대신 원작이 스포일러 같은 영향을 주는 만큼 매회 새 이야기를 만들려 했다. ‘가상의 왕’이 보여주는 정치 코드가 뜨거운 감자였다. 정적(政敵) 때문에 끊임없이 한계에 부딪히지만 한계를 부수어 나가는 젊은 왕의 모습을 보여 캐릭터와 개연성을 살리려 했다.”
―배우들의 연기를 평가하면….
“20대 남자 배우 중 1순위가 김수현이었다. 극중 훤은 소년과 남자, 따뜻함과 서늘함, 거만함과 유치함, 순수함과 섹시함의 양면성을 표현해야 하는 캐릭터다. 김수현은 마스크부터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연기 역시 타고난 면이 있다. 부족한 점은 노력으로 채워 나가는 열정도 있다. 처음 등장한 6부에서 연기에 너무 힘이 들어가 잠시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더라. 이내 배우가 다시 영리하게 힘을 빼고 톤을 조절했다. 많은 이들이 훤의 오열 장면을 명장면으로 꼽지만 나는 8부에서 내시 형선에게 ‘버럭질’을 하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아역이 연기한 캐릭터를 놓치지 않고 이어주면서 작가의 의도를 가장 잘 살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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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의 연우는 수묵화처럼 정적인 인물이지만 드라마의 연우는 뛰고 달리고 부딪치고 신장(訊杖)과 돌을 맞는 모진 고난을 당하게 된다. 그런 억센 분위기 속에서도 한가인의 연우는 고고해 보였다. 그녀의 총명한 이미지에 빚진 부분이 분명히 있다. 한가인 아닌 다른 누구의 연우는 상상이 되지 않는다.”
―주술 장면은 어떻게 조사했나.
“이이화 ‘조선 무속고’와 논문, 사진자료를 봤지만 드라마에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거의 상상력에 의존했다. 나중에는 여기에 재미를 붙여 ‘우뢰매’나 ‘파워레인저’ 수준까지 갈 뻔했다. 어쨌든 쓰면서 재미있었다.”
―드라마 캐릭터 중 이상형은…. (진 작가는 미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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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