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칭 정변’ 38일만에 해임… 후임에 장더장 부총리 내정 정치국 상무위원직 놓고 계파간 자리싸움 본격화
중국 공산당이 차세대 지도자 중 한 명인 보시라이(薄熙來) 충칭 시 당서기를 서기직에서 해임했다. 이로써 보 서기의 측근인 왕리쥔(王立軍) 충칭 시 부시장의 배신으로 촉발된 ‘충칭 정변’이 사건 발생 38일 만에 일단락됐다. 하지만 계파 간 권력투쟁은 지금부터라는 시각이 많다.
관영 신화통신은 공산당 중앙당이 14일 보 서기를 해임하고 후임으로 장더장(張德江) 국무원 부총리를 임명하기로 결정했다고 15일 보도했다. 14일은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 기자회견에서 “보시라이는 반성해야 한다”고 말한 날이다. 중앙당은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왕 부시장도 해임했다. 후임은 칭하이(靑海) 성의 허팅(何挺) 공안청장이 맡을 예정이다.
왕리쥔은 지난달 6일 쓰촨(四川) 성 청두(成都)의 미국총영사관에 들어가 망명을 기도했지만 실패했다. 보시라이의 행동대장으로 ‘범죄와의 전쟁’을 벌였던 부하가 망명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할 정도로 심각한 불화를 겪었다는 점에서 보시라이는 최대의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중앙당의 이번 결정은 일단 보시라이 개인의 귀책사유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보시라이가 혁명원로의 자제 그룹인 태자당 선두주자였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계파 간 세력균형이 재편되는 신호탄이라는 시각도 있다. 원 총리가 14일 ‘문화대혁명의 잔재’까지 거론하며 정치개혁을 역설했던 것도 보시라이로 대표되는 당내 좌파에 대한 경고이자 치열한 권력투쟁을 암시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보시라이는 2007년 충칭 시 당서기에 오른 뒤 홍색가요(혁명가요) 부르기 등 ‘창홍타흑(唱紅打黑·사회주의 이념을 고취하고 사회악을 척결)’을 주장하는 등 극좌적 노선을 걸어왔다. 장더장 신임 충칭 시 당서기는 1946년생으로 연변대 조선어과를 나온 뒤 김일성종합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대표적인 ‘한반도통’이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